"지하철 수백 명 타는데 택시 2명 제한이라니 코미디 아닌가요."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거리 두기 4단계 황당한 방역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며 한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인 4단계가 12일부터 시행된다. 오늘부터 오후 6시 이후에는 3명 이상은 사적 모임을 할 수 없어 사실상 퇴근 후 통행 금지 조치나 다름없는 거리 두기가 시행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25일 자정까지 2주간 수도권에 새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적용한다.
1차 백신 접종자에 인센티브를 주고 거리 두기를 완화하던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연일 1200~1300명대로 쏟아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2천 명대 확진자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자 강력한 거리 두기로 국민들의 자유로운 생활은 더 요원해졌다.
새 거리 두기 4단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현재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광화문 우파 집회에는 '살인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하던 정부·여당이 8천 명이 모인 민노총 시위에는 관대하다는 점을 들어 선택적 방역이라고 비난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일부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헬스장 러닝머신 속도를 6km로 제한하고 택시 탑승 인원을 기사 제외 2명까지로 제한 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헬스장 비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근력 운동도 숨 가쁜 건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러닝머신은 속도를 6km 이하로 낮춰도 경사도를 높이면 얼마든지 강도 높은 운동이 되는 기구라 형식적인 제한이라는 지적이다.
택시 탑승을 2명으로 제한해 봤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수많은 직장인이 만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네티즌들은 "택시도 2인? 4명이 타고 가다가 6시 되면 둘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라도 내려야 하나", "그럴 거면 버스도 2명, 지하철도 칸당 2명, 기차도 2명, 비행기도 2명해라. 왜 택시만 2명이냐", 민노총 8천 명이 야외에서 마스크 쓰면 밀집된 상태라도 코로나 안 걸린다는 걸 확인해 주었는데 왜 야외에서 거리 두기를 강요하고 있는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거리 두기 4단계에 따라 2주간은 직계가족 모임이라 할지라도 3인 이상을 넘길 수 없다. 제사에도 인원 제한이 적용, 타지에서 방문하더라도 오후 6시 이후 수도권에서 제사를 지낼 경우 2인만 가능하다.
어린아이, 고령층 돌봄을 위한 일부 예외를 허용했다. 동거가족이라면 오후 6시 이후 3명 이상일 경우에도 집 밖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동거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돌봐주는 직계가족은 사적모임 인원 3인 제한에서 제외된다. 동거하는 아이돌보미도 예외로 인정된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엔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할 수 있고, 상견례에도 인원이 제한된다.
1이 시위를 제외한 집회, 대규모 행사 모두 금지된다. 등산도 사적모임에 해당돼 6시 이후 하산시 2명이 점으면 인원제한에 걸릴 수 있다.
골프 라운딩도 사적모임 인원 제한 대상으로 오후 6시 이후엔 캐디 제외한 2명만 함께 골프를 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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