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06년 제정된 낡은 탄소세 규정을 개정해 항공·해운업계에서 사용하는 유류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앞으로 10년간 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갈 계획이다. 무공해 연료와 수소 연료 등은 10년간 세금이 면제되지만 가솔린 디젤 등유 등을 사용하면 세금이 점차 늘어난다는 뜻이다.
FT는 “EU 역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첫 항공 유류세 규정”이라며 “다른 녹색정책과 달리 에너지 과세안을 개정하는 것은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항공·선박유 탄소세 부과 방침은 EU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겠다는 목표를 담은 핏포55에 포함된 12가지 정책 중 하나다. EU는 또 배출권거래제(ETS)의 탄소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세부안도 핏포55에 담긴다. 이는 역외 제품이 EU 제품보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일정 비용을 내도록 하는 조치다.
지난 10일 끝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탄소세에 대한 지지 입장이 공식 성명에 명시됐다. 이어 11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국제기후회의에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탄소세 지지 의사를 밝혔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EU가 단독으로 추진하려던 디지털세 도입 계획은 당분간 연기될 전망이다. FT는 “EU 집행위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으로부터 디지털세 부과와 관련한 압력을 받은 뒤 올가을까지 시행 연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옐런 장관을 만나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은 EU의 디지털세 부과 움직임에 구글 페이스북 등 자국 빅테크 기업의 피해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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