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세계 부동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재택 근무가 확대돼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무실 수요가 줄고 창고, 생명과학단지는 몸 값이 급등하고 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미국 금융회사인 BNY멜론의 영국 런던 사무실을 이탈리아 보험회사에 4억6500만 파운드(7408억6100만원)에 매각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학생을 위한 주거시설 투자회사인 GCP 스튜던트리빙을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블랙스톤이 상징적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FT는 평가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소매시설과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늘면서 창고시설은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학생인구가 늘면서 임대용 학생 주택 수요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연구 개발비가 늘어난 생명과학분야 연구 시설도 몸값이 올랐다. 블랙스톤의 유럽 부동산사업부 사장 제임스 세팔라는 "코로나19 유행이 가속화시킨 메가 트랜드"라고 했다.
실제 10년 전인 2011년 유럽 부동산 거래의 70%를 차지하던 사무실과 상점 거래량은 올해 35%로 떨어졌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거주를 위한 아파트와 물류 시설이다. 최근에는 생명과학단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옥스퍼드의 맥달렌대 사이언스파크 지분 40%가 1억 파운드에 매물로 나왔는데 이는 2016년 지분 50%를 거래할 때보다 5배 비싼 금액이었다.
유럽에선 유명 대학에 인접한 생명과학단지의 가치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비드웰은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부동산에 역대 최고인 24억 파운드를 투자했다. 이들은 자산 투자를 두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창고 수요도 늘었다. 블랙스톤은 자회사 마일웨이를 통해 유럽 도시근처의 대규모 창고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도 지난해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 창고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0억 유로 넘게 투자했다.
영국에서 사무실을 운용하는 브리티시랜드 등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주가가 20~30% 하락했지만 창고 운영업체인 세그로는 16% 올랐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주거 시설도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등 임대 주택이 부족해 이들 시설 수요가 늘고 있다. 유럽 주택 투자를 위해 7억2500만 유로를 투자 받은 그레이스타의 마크 올너트는 "사람들이 암스테르담과 런던에 살기를 원하지만 이곳엔 충분한 집이 없다"며 "안정적 경제 상황에서 고용이 많고 주택이 부족한 유럽 도시는 좋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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