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1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들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내용인즉슨 지난 4월부터 고용보험제도개선TF(태스크포스)를 꾸려 논의한 결과 앞으로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경우 수급액의 최대 절반까지 혜택을 줄인다는 것이다. 실업급여를 자주 타먹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도 고용보험료를 0.2%포인트 더 물리겠다는 내용도 있다. 고용부의 설계대로라면 근로자 약 10만 명, 사업주는 약 3만 명이 기존 혜택 축소나 보험료 추가 부담 등 변경되는 제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9일은 정부가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관련해 사상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향 계획을 발표한 날이다. 같은 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도 공개됐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대선판에서 정치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모든 언론의 이목이 코로나19와 중대재해법에 쏠려있는 틈에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안이 예고도 없이 덜컥 발표된 것이다. 심지어 다섯 쪽으로 구성된 자료를 보면 핵심인 반복 수급 제한 방안과 사업주 페널티 관련 내용은 자료 중간에 별 내용이 아닌 듯 담겼다.
고용부의 해명은 이렇다. 당초 고용보험위원회는 7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정부세종청사 11동(고용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정이 연기됐고, 9일 회의를 열어 그 결과를 공개한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해명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사안의 무게를 감안하면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진 날, 또 정책 뉴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금요일 오후는 피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주식시장에는 ‘올빼미 공시’라는 말이 있다. 중요하지만 기업에 불리한 내용을 장 마감 후나 주말같이 투자자의 관심이 덜한 시간에 공시하는 행태를 말한다.
현 정부 들어 고용부는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등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 홍보의 첨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소주성은 ‘모래성’이었음이 속속 드러났고, 그 소주성의 실체를 보여주는 발표는 최대한 로키(low-key)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고용부의 행태를 두고 “비오는 날 폐수 방류하는 꼴” “태풍 몰아치자 집 안 쓰레기 내다버리는 행태”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겠는가. 정책의 취지, 방향, 속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수습이나마 당당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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