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리모델링 '탄력'…느티마을, 건축심의 통과

입력 2021-07-12 17:32   수정 2021-07-13 00:32


대표적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는 증축 방식을 ‘수직’에서 ‘수평·별동’으로 바꾼 뒤 리모델링이 빨라지고 있다. 이외 구미동, 야탑동 등에서도 리모델링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이 백지화되는 등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 사업 속도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지난 9일 성남시 건축통합위원회의 건축통합 심의를 통과했다. 리모델링 조합 측은 “사업계획 승인, 이주 및 착공, 입주 등 남은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을 계획”이라며 “내년 초까지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뒤 내년 하반기쯤 이주를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느티마을 3·4단지’는 1994년 입주했다. ‘느티마을 3단지’는 3만7644㎡ 부지에 12개 동, 770가구로 구성됐다. ‘느티마을 4단지’는 4만6612㎡ 부지에 16개 동, 1006가구가 들어서 있다. 신분당선·수인분당선 정자역이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판교 및 서울 강남권 등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단지 인근에는 탄천이 흐른다. 리모델링을 통해 3단지는 873가구, 4단지는 1149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증축 방식을 기존 ‘수직’에서 ‘수평·별동’으로 바꾼 게 이 단지의 특징이다. 앞서 2017년 기존 아파트 위에 2~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 안을 통해 건축통합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차 수직 증축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수평·별동 증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직 증축은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별동 증축에 비해 사업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수직 증축은 1·2차 안전진단, 1·2차 안전성 검토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수직 증축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아직까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뿐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안전성 검토에서 떨어진 뒤 수평·별동 증축 전환 여부를 두고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총회를 진행한 결과 동의율이 약 89%에 달했다”며 “불확실한 수직 증축 대신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정비사업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1기 신도시 활성화 대책은 불발
1991년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노후 주택이 많은 분당신도시는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정자동 ‘한솔주공 5단지(1156가구)’와 구미동 ‘무지개마을 4단지(563가구)’는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았다.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1185가구)’는 지난 5월 리모델링 조합설립이 인가됐다. 야탑동 A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허용 연한이 15년으로 재건축(30년)에 비해 짧고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도 66.7%로 재건축(75%)보다 낮은 게 장점”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리모델링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성남시에서 15년 이상 된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은 247개 단지(12만1032가구)에 달한다. 시는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센터’를 설치해 관련 제도 개선, 지원정책 연구개발, 단지별 여건과 수요를 고려한 컨설팅 등을 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호재로 실거래가도 뛰고 있다.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 전용면적 66.6㎡는 지난달 28일 13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4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5000만원이 올랐다.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 전용 67.4㎡는 지난달 10일 8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4월 8억28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다만 분당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중 하나로 논의 중이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집값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에 준공된 1기 신도시는 노후 단지가 많아 정비사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다만 재건축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많아 리모델링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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