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1기 신도시인 분당신도시에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4단지’는 증축 방식을 ‘수직’에서 ‘수평·별동’으로 바꾼 뒤 리모델링이 빨라지고 있다. 이외 구미동, 야탑동 등에서도 리모델링 추진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했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이 백지화되는 등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느티마을 3·4단지’는 1994년 입주했다. ‘느티마을 3단지’는 3만7644㎡ 부지에 12개 동, 770가구로 구성됐다. ‘느티마을 4단지’는 4만6612㎡ 부지에 16개 동, 1006가구가 들어서 있다. 신분당선·수인분당선 정자역이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판교 및 서울 강남권 등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단지 인근에는 탄천이 흐른다. 리모델링을 통해 3단지는 873가구, 4단지는 1149가구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시공사는 포스코건설이 맡았다.
증축 방식을 기존 ‘수직’에서 ‘수평·별동’으로 바꾼 게 이 단지의 특징이다. 앞서 2017년 기존 아파트 위에 2~3개 층을 더 올리는 수직 증축 리모델링 안을 통해 건축통합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차 수직 증축 안전성 검토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수평·별동 증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직 증축은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별동 증축에 비해 사업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수직 증축은 1·2차 안전진단, 1·2차 안전성 검토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내에서 수직 증축을 최종 통과한 단지는 아직까지 서울 송파구 송파동 성지아파트뿐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말 안전성 검토에서 떨어진 뒤 수평·별동 증축 전환 여부를 두고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총회를 진행한 결과 동의율이 약 89%에 달했다”며 “불확실한 수직 증축 대신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정비사업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리모델링 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성남시에서 15년 이상 된 리모델링 대상 공동주택은 247개 단지(12만1032가구)에 달한다. 시는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센터’를 설치해 관련 제도 개선, 지원정책 연구개발, 단지별 여건과 수요를 고려한 컨설팅 등을 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호재로 실거래가도 뛰고 있다. 정자동 ‘느티마을 4단지’ 전용면적 66.6㎡는 지난달 28일 13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4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5000만원이 올랐다.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 전용 67.4㎡는 지난달 10일 8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4월 8억28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다만 분당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이 제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중 하나로 논의 중이던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이다. 리모델링 사업의 공급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집값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에 준공된 1기 신도시는 노후 단지가 많아 정비사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며 “다만 재건축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도 많아 리모델링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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