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3주도 안 남았는데 날벼락입니다. 식을 미루자니 시간이 촉박해 그대로 진행하는데, 한 번뿐인 결혼식에 친구도 한 명 못 부르게 됐네요.”
예비신랑 박모씨(30)는 오는 30일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건넸던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데 정신이 없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올라간 직격탄을 맞았다.
박씨는 청첩장을 돌렸던 150명 가운데 일가 친척 위주로 49명만 불러 식을 올릴 계획이다. 박씨는 “방역당국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주례, 사회, 축가를 친구나 지인에게 부탁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예식장업계는 최악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예식장에서 사용되는 생화 장식은 그날 식장을 쓰는 3~5팀이 분담하는 구조다. 1~2팀이 예약을 취소하면 식을 강행하는 팀들이 그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어 갈등의 요인이 된다.
예식장업계 관계자는 “피로연에 쓰이는 음식도 대규모 인원에 맞춰뒀기 때문에 49인으로 참석자가 줄어들면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 신혼부부들은 “결혼식장에 대한 거리두기를 완화해달라”며 청와대 청원까지 올리고 있다.
4단계에서는 수도권 어린이집이 전면 휴원하고, 유치원과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한다. 이로 인해 맞벌이 부부들은 4단계 전환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아이들 보육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10년차 변호사는 “친정과 시댁 모두 오전에 손주를 봐줄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거리두기가 상향돼 12일부터 1주일 내내 오전 반차를 급하게 냈다”고 말했다.
아이를 맡길 데 없는 부모들은 긴급보육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지만, 코로나 감염이 걱정이다. 보육교사 인원이 최소한으로 줄어들면 한 반에서 담당하는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3인 이상 집합금지가 적용된 이날 오후 6시가 되자 시내 거리는 한산해졌다. 100m 남짓한 거리에 곱창 가게 10여 곳이 몰려 있는 서울 마포구 홍대 골목에는 6시 무렵 모든 가게를 합해 손님이 6명밖에 없었다. 곱창 전문점 ‘김덕후의 곱창조’ 직원 김경섭 씨(31)는 “평소에는 6시면 가게가 절반 정도 찼는데 오늘은 텅 비었다”고 했다.
자영업자 관련 단체들이 조직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또 자영업자만 희생시키는 방역조치에 불복을 선언한다”며 “확진자 중심의 기준을 입원 환자나 사망률을 적용한 치명률 중심으로 변경하고 자영업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영업권이 보장되는 방역수칙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관련 앱 개발에 나섰다. 서울시의 경우 선별진료소 혼잡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12일 선보였다. 디지털 정보 지도 ‘스마트서울맵’을 통해 진료소 80여 곳의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대기시간 30분 이내는 ‘보통’, 60분 내외는 ‘붐빔’, 9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 ‘혼잡’으로 표시되고, 혼잡도는 1시간마다 업데이트된다.
최예린/서형교/권용훈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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