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주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수도권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정 유흥, 여름휴가 등의 목적으로 수도권 거주자가 몰려들어 확진자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인기 여름 휴가지인 제주도도 비슷한 상황이다. 제주도는 이달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다른 지역 등에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11일까지 12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66명(52%)이 다른 지역을 방문했거나, 다른 지역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은 유흥업소발 집단감염의 파장이 계속되는 추세다. 유흥업소 관련 첫 확진자가 지난달 29일 나온 이후 2주 동안 부산진구 클럽을 포함, 부산 전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오전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5명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7명이 유흥주점과 연관된 사람이었다. 이로써 부산지역 유흥주점 관련 확진자는 총 160명으로 늘었다. 이들 확진자와 동선 등이 중복돼 부산에서 검사대상자가 된 사람만 5000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지역민 사이에선 “수도권에서 넘어오는 원정 유흥족(族)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거세다.
포항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9일부터 KTX역에 임시선별 진료소를 설치했다. 수도권 등 타지역 방문객이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선제 조치한 것이다. 광주시는 9일부터 수도권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부산시는 10일부터 유흥시설 5종과 노래연습장의 영업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 허용 인원을 기존 8명에서 4명으로 줄이는 등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수도권에 대한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다. 한 맘카페 이용자는 “아주버님이 골프를 치러 서울에서 광주로 온다는데 업무도 아니고 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다른 인터넷 지역 커뮤니티에도 “수도권 사람들이 오는 게 두렵다”란 글이 올라왔다.
부산=김태현 기자/광주=임동률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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