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논의…勞·使, 막판 줄다리기

입력 2021-07-12 17:51   수정 2021-07-13 00:58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사 간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구간으로 9030~9300원(시급 기준)을 제시했다. 노사가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 즉 중재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준식 위원장을 포함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심의촉진구간을 9030~9300원으로 제안했다. 인상률 기준으로 3.6~6.7%를 제시한 것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 대립 구도에서 양측이 내놓은 요구안의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사 모두 더 이상 격차 축소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공익위원들이 중재구간을 제시하게 된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촉진구간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 9030원이 된다는 얘기다.

노사는 공익위원 중재안이 나오기 전까지 3차 수정안을 냈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4.7%(1280원) 올린 시급 1만원을, 경영계는 올해보다 1.5%(130원) 인상한 8850원을 제안했다. 1차 수정안(노동계 1만440원, 경영계 8740원)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으로, 공익위원단이 심의촉진구간을 꺼내든 배경이다.

노사 간 신경전은 회의 시작 때부터 치열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2018년부터 2년 동안 무려 30%에 가까운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다”며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달할 정도로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경제가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도 “영세 기업인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넘어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경영계가 20원 인상한 1차 수정안을 낸 것에 대해 “시급 20원 인상이면 한 달 4000원이 더 생기는 건데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차라리 동결안을 냈다면 이렇게 허탈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며 “현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사기 공약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장외에서는 최저임금의 안정적인 기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까지 겹치며 지난해 중소기업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져 청년 구직자들도 최저임금 동결 또는 인하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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