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안 수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후 한시간만에 기재부가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여야 간 '전국민 지원금'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여당에서 이를 부인하는 메시지가 나오는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말 추경안을 공개한 후 기자들과 만나 "80% 지원금을 주면서 소득 하위 계층엔 10만원을 더 주고, 상위 계층에게는 상생소비지원금(캐시백)을 주도록 정책적으로 고민해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추경안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된 직후에는 여당에서도 별다른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당정 간 협의의 산물이기 때문에 원안에 가깝게 처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맞벌이 부부 등 일부 계층을 위한 보완조치를 하는 정도의 미세 조정만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당정 간 협의했던 추경안을 고치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여권의 대권 주자들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을 선별하지 말고 전국민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1인당 금액을 2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이더라도 폭넓게 지원금을 주는 것이 맞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은 피해가 예상되는 소상공인에 대한 두터운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피해지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추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 12일 오전 기재부는 추경안 수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코로나19 4차 확산에 따른 사업 조정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경제부처 수장의 발언을 약 한시간만에 뒤집은 셈이다.
12일 저녁 여야 대표의 회동 후 나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설도 곧바로 수정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서 만찬회동을 한 후 2차 추경을 통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고,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은 고용진 민주당,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설은 약 2시간만에 번복됐다. 야당 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오후 10시경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합의 내용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프로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도 13일 오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대 900만원으로 편성된 소상공인 피해지원금(희망회복자금) 규모에 대해 ‘턱도 없다’는 얘기를 했고, 송 대표도 동의했다”며 “추경 예산에서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하면 사실상 소비진작을 위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쓸 돈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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