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다음주 월요일(19일)부터 코로나19 통제 조치를 전면 해제한다. 지난주부터 실외 마스크와 거리두기는 없어졌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결은 영국 정부의 ‘하이브리드(혼합) 면역’(hybrid immunity) 전략이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 취약층에는 예방 접종을 하되 젊은층에는 백신 접종과 바이러스 감염을 통한 면역 확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성인 인구의 65%를 넘는다. 1회 접종한 사람도 88%나 된다. 최근의 델타 변이 확진자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층이다. 이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심각한 증상이 없고 치사율도 극히 낮다.
영국 정부는 봉쇄 해제로 여름에 걸쳐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 입원자와 사망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이제 더이상 보건?경제?교육 문제를 모두 제쳐 놓고 코로나 하나만 생각하는 세상에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접종률은 아주 낮다. 접종을 마친 사람이 11%에 불과하다. 1차 접종자도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일일 접종 건수를 대폭 늘려야 하지만 백신을 제때 들여오지 못해 접종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국민의 일상을 옥죄는 통제 위주의 방역 정책을 무조건 지속해야 하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서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만날 수 있고, 실내체육관의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이하여야 한다는 등의 비현실적 조치 대신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같은 봉쇄와 거리두기 조치는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순 있지만 오래 유지하기 어렵고 방역의 고통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주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에 고위험집단은 적극적으로 보호하되 나머지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고위험집단의 범위를 치명률 기준으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률은 연령과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서 급격히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 전 코로나 치명률은 20대 0.02%, 30대 0.05%, 40대 0.09%로 비교적 낮지만 그다음부터는 50대 0.3%, 60대 1.2%, 70대 6.25%, 80세 이상 20%로 나이가 많을수록 높다.
그래서 50대 이후가 고위험군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0대의 사망률은 0.3%이지만 중증화율은 1.5%로 높다. 이 연령대에서 대규모 유행이 진행되면 중환자가 늘어 사회적 위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이 아직 많고 감염 위험이 높으면서 중환자가 될 가능성과 사망률까지 높은 50대 이상을 우선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50대 미만이라도 기저질환이 있어 감염 위험이 높은 당뇨병, 만성신장질환자 등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
이런 보호 조치를 완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백신의 효과와 델타변이바이러스의 유행을 볼 때 1회 접종은 완전한 보호라 보기 어렵고 2회 접종까지 완료해야 90%대 이상의 중증화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렇게 되면 자가격리와 거리두기, 대규모 검사 등의 비약물적 방역에 따른 피로감과 극심한 비용 소모도 줄일 수 있다. 결국 백신 접종 속도가 문제다. 어제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중단된 것도 백신 부족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토착화되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올 하반기나 내년 중에는 백신 부스팅(추가 접종)까지 필요하다. 하루빨리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젊은층의 면역력도 키워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경제와 교육 등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정책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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