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이준석 리스크는 뜻밖의 사고가 아닌 예견된 사고"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전날 여야 당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 내부 반발로 사실상 번복한 사태를 겨냥한 작심 비판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날 '이준석 리스크'라는 제목의 의견문을 내고 이 대표의 최근 행보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역사관 논란,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번복 등이 언급됐다.
정 의원은 "이준석 리스크는 우연한 교통사고가 아니다"라며 "어쩌면 예견된 사고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선출직 정치인도 자격시험을 보겠다'고 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의 침해"라며 "시험 만능주의, 학벌 만능주의다"라고 비판했다.
또 "아빠 친구에 이어 여가부 폐지를 불쑥 꺼냈다"며 "당내에서도 반발했지만 오기로 통일부 폐지까지 꺼내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유는 '한 게 뭐 있냐. 돈 아깝다. 폐지하자.' 이런 식"이라며 "이는 황금만능주의고 차별적 능력주의다"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이런 논리대로면 전쟁도 없는데 국방부 예산이 낭비라는 식"이라며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아까우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 없는 국민의힘도 폐지하라"고 꼬집었다.
역사관 논란과 관련해선 "미군정은 맥아더 포고문에 나와 있듯이 점령군이 아니면 통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이준석은 그것을 주둔군이라고 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영길 대표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했다가 3시간 만에 번복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에서는 '(이준석)당신이 뭔데 사전 논의 없이 합의하냐'는 불만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이준석은 더 이상 국민의힘 리더(Leader)가 아니다. 따르는 이 없는 따릉이 타는 라이더(Rider)일 뿐"이라고 조롱했다.
앞서 고용진 민주당,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오후 8시께 "송 대표와 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만찬 회동을 통해 추경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황보 수석대변인은 100분 뒤 언론에 "오늘 합의 내용은 손실을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여당은 국민의힘과 이 대표를 본격 질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준석 리스크가 시작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국정과 민생을 손바닥 뒤집듯 농락하는 야당을 개탄한다"며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이냐"고 비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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