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DNA에는 예술성이 없다"는 선생님의 막말을 몰랐을까. 핀커스 주커만에게 존경심을 표한 바이올린 영재 고소현의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고소현은 지난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어릴 적부터 자신에게 가르침을 줬던 주커만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나에겐 가장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핀커스 주커만. 그는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The most wonderful violinist,violist, and conductor.
To me, Mr. Pinchas Zukerman is the greatest teacher ever)는 글을 게재했다.
고소현은 2015년 주커만이 내한했을 당시 한국의 바이올린 영재로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16년엔 4월엔 함께 협연을 하기도 했다. 당시 주커만은 고소현에 대해 "불가사의 같은 일"이라며 "이런 재능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소현이는 고전적인 영혼을 지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이런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 해야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고소현을 미국으로 불러 직접 바이올린을 사사하기도 했다. 고소현은 가수 헨리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같이 헨리'에 출연해 "주커만 선생님이 연습만 하지 말고 또래가 할 수 있는 걸 많이 경험해 보라고 하셨다"며 "코로나19로 미국에 가지 못해 한국에서 지내고 있다"고 여전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소현은 한국이 자랑하는 바이올린 신동으로 SBS '영재발굴단'을 통해서도 소개됐다. 만 여섯 살에 국내 콩쿠르에서 초등부 전 학년을 제치고 특상을 수상했고, 여덟 살 때에는 모차르트가 직접 사용했던 바이올린의 연주자로 선정돼 오스트리아 초청을 받아 현지 방송에 출연해 '모차르트의 재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코로나19로 한국에 머무르면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나오면서 주목받았을 때에도 '주커만이 찜한 소녀'라는 타이틀로 소개됐다.
문제는 고소현이 글을 올리기 직전인 지난 25일 주커만이 뉴욕 줄리아드 음악학교 주최로 열린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도중 한국과 일본을 공개적으로 비하한 사실이 온라인 음악전문지 '바이올리니스트닷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당시 주커만은 "좀 더 노래하듯이 연주해보라"는 자신의 주문에도 아시아계 자매 학생의 연주가 성에 차지 않자 "한국인들이 노래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예술성이나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매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러면 어디 출신이냐"고 물었고, "일본계 혼혈"이라는 답에 "일본인도 노래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레슨 시간 뿐 아니라 행사 말미에도 주커만은 다시 한 번 "한국인은 노래하지 않는다"며 "그건 그들 DNA에 없다"고 말했다.
주커만의 발언을 의식한 듯 줄리아드 측도 주커만을 뺀 나머지 강연만 게시했다.
주커만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1967년 당시 세계 최고 권위의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정경화와 공동 우승하며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현재 뉴욕 맨해튼음대(MSM) 소속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줄리아드 강연은 외부 강사 자격으로 진행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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