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악마판사, 디스토피아 세계관…파격적 전개 '눈길'

입력 2021-07-13 17:08   수정 2021-07-14 00:14

현실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파격적이고 통쾌한 사이다 전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가 차별화된 설정과 전개로 새로운 법정 드라마의 역사를 쓰며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악마판사’는 실제 판사 출신으로 2018년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썼던 문유석 작가가 집필했다. 연출은 ‘옥중화’ ‘붉은 달 푸른 해’ 등을 만든 최정규 PD가 맡았다.

이 작품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서 ‘국민시범재판’을 진행하는 강요한 판사(지성 분·사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민시범재판은 국민이 TV로 재판을 보며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그 선택이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이 재판들은 처음엔 가난과 범죄로 물든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일부 해소시켜 주려는 포장된 쇼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재판을 이끌어가는 강요한도 권력에 유리한 대로 판결을 내릴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그는 피고인에게 ‘금고 235년’을 내리는 등 현실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파격적인 재판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작품은 우선 시각적으로 눈길을 끈다.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보다 거대하고 세련된 느낌의 디스토피아적 가상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안에서 공간의 양극화와 대비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권력층의 화려한 파티 현장과 가난과 범죄의 현장이 교차하며 나오고, 강요한은 이를 넘나들며 활약한다.

캐릭터의 이중성 등 다크히어로물의 특성도 잘 담아냈다. 피해자 유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강요한이 하품하며 눈물을 흘리는 식이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듯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또 다른 반전을 예고하면서.

시선의 처리도 독특하다. 시청자들은 그를 의심하며 의도를 파악하려는 판사 김가온(진영 분)에게 감정을 투입하게 된다. 김가온이 강요한에 대한 의심과 믿음을 반복하는 가운데, 시청자들도 이를 따라가며 더욱 몰입하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를 둘러싼 새로운 반전도 화제가 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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