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는 13일 ‘코로나19 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위기를 못 넘기면 전국을 전면 봉쇄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유행 극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에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방역 책임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경선 관련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 외 다른 특별한 공개 일정은 잡지 않았다. 경쟁 주자들이 연일 펼치는 공세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과격한 발언으로 선명함을 강조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싸워야 할 상대는 같은 당 주자가 아니라 야권 주자다. 미리 생채기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내 1위 주자인 만큼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중도 확장까지 꾀하는 ‘국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사이다’ 이미지는 윤 전 총장 등 야권을 향한 비판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공부를 열심히 하신다는데 몇 달의 벼락치기 공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역선택’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선 “형사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캠프 내부에서도 전략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0~11일 조사한 차기 대선 가상 양자대결(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이 지사(41.5%)는 윤 전 총장(42.2%)에게 밀렸다. 반면 이 전 대표는 43.7%의 지지를 얻어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41.7%)을 앞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국민이) 후보들을 세밀하게 살피면서 지지율이 조정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지사가 아직까진 본선 이후에 에너지를 쏟겠다며 경선에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위협받을 경우 반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최종 후보가 되더라도 6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과 48%로 되는 것은 힘을 받는 게 다르다”며 “필요할 때가 되면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이광재 민주당 의원과의 연합 캠프인 ‘미래경제캠프’를 발족하고 이 의원과 김영주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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