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그린 랠리’가 재개됐다. 국내에선 전기차 배터리 소재주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친환경 정책에 대한 기대가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유럽연합(EU)의 부문별 탄소감축 정책이 이번주 발표되고, 연내 미국의 그린산업 관련 인프라 투자안도 확정된다. 엘앤에프, 천보 등 배터리 소재 대표주는 13일 각각 18.84%, 7.76%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KODEX 2차전지산업 ETF 수익률은 9.23%에 불과했다. LG화학(18.89%) 삼성SDI(16.05%) SK이노베이션(13.51%) 등 대형 배터리 기업 주식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LG화학은 3.66%, SK이노베이션은 2.64% 오르는 데 그쳤다. 헝가리 2공장 건립에 이어 미국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삼성SDI만 18.70% 오르며 선방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석유사업 부문을 분사하고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 주가는 30.34%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천보 목표주가를 31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F전해질(LiFSI) 수요가 급증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7일 F전해질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탄력받기 시작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F전해질은 기존 제품 대비 안정성과 수명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천보의 양산 기술 덕분에 기존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F전해질을 첨가하려는 수요가 늘어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한유화도 이날 8.99% 오른 24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유화 주가는 지난 3월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를 자극한 것은 주력인 화학제품이 아니라 배터리 분리막에 들어가는 고분자 PE 소재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유화는 글로벌 1위 분리막용 PE 소재 업체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성을 고려하면 순수 화학기업과 비교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줄 만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급해졌다. 배터리 내재화보다 당장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연말에 폭스바겐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위한 대규모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 국내 주요 2차전지주들은 유럽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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