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족쇄' 풀려…성산시영·창동주공 관심

입력 2021-07-13 17:23   수정 2021-07-21 19:03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 폐지 소식이 들리자마자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습니다. 그동안 실거주 부담 때문에 매수를 많이 꺼렸거든요. 마포는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아니어서 투자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서울 마포구 성산동 A공인 관계자)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게 하려던 규제가 백지화되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조짐이다. 조합설립이 되지 않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묶이지 않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커질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포, 노원 등 재건축 매수 문의 늘어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실거주 2년 규제가 폐지되면서 조합설립 전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뺐다. 지난해 발표된 ‘6·17 대책’의 핵심이었던 규제가 사라진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을 비롯해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호’ 등에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방배삼호는 2019년, 성산시영과 삼환도봉은 지난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 단계를 최종 통과했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섰지만 아직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해 실거주 2년 규제를 피하기 어려웠다. 성산동 B공인 관계자는 “조합설립이 되지 않은 탓에 곧바로 입주가 가능한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등 매수세가 주춤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규제가 사라지자 한 집주인은 12억원 중후반대에 내놓은 전용면적 59㎡ 매물을 곧바로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노도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데다 재건축 안전진단 초기 추진 단지가 밀집한 곳이다. 노원구에서는 상계동 ‘상계주공’이 재건축 시장을 이끌고 있다. ‘상계주공’은 1~16단지 가운데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15단지와 입주를 마친 8단지(포레나노원)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추진 중이다. 도봉구에서는 ‘창동주공’ 2·17·18·19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쌍문동 ‘쌍문한양1차’가 정밀안전진단에 나서고 있다. 쌍문동 C공인 대표는 “노도강 지역은 애초에 집값이 싼 지역인데 실거주 의무까지 사라져 갭투자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소식이 전해진 12일에만 외지인들의 갭투자 문의가 2~3건 있었다”고 했다.
거래허가구역 재건축은 관망세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재건축 단지로는 크게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 거래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번 규제 백지화와 관계없이 실거주 의무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가령 추진위 단계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 거주할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매매 문의보다는 실입주를 택한 집주인들이 다시 전·월세 등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물어보는 전화가 대부분”이라며 “실입주를 앞두고 집수리와 인테리어를 위해 수천만원을 들인 집주인들도 꽤 있어 불만이 크다”고 했다.

다만 오랜 기간 은마 등 재건축을 사놓고 지방 등 타지에 살고 있는 투자자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거주 여건이 좋지 않은 재건축을 사놓고 직장 가까운 곳 등에서 전·월세를 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년 실거주 규제 때문에 압구정 재건축이 속도를 내게 됐고 결국 집값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이제 와서 세입자 피해를 내세워 규제를 백지화하는 것은 당정이 정말 집값을 잡을 생각이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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