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13일 내놓은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로 제시한 1조8000억원의 사업 예산 중 5000억원가량은 청년만을 겨냥한 사업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청년 예산의 약 28%가 청년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년들의 분노가 지방선거 등을 통해 드러나자 정부가 급하게 청년 대책을 내놨지만 규모 부풀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에 포함된 창업 관련 예산 5700억원 중 청년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은 11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3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혁신창업사업화자금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기술력과 사업성은 우수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7년 미만 창업기업과 예비 창업자에게 시설자금 등을 장기·저리로 융자하는 사업이다. 초기창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연령 제한이 없다. 전체 예산 3000억원 중 500억원만이 대표가 만 39세 이하이면서 업력 3년 미만인 청년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액인 3000억원을 모두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창업펀드, 스케일업펀드, 지역뉴딜벤처펀드, 글로벌펀드 등을 조성하기 위한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 사업도 2700억원 중 청년창업펀드 예산은 600억원에 불과하지만 전액이 청년 대책으로 포장됐다. 청년 대책으로 분류된 일자리 사업도 연령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115억원), 관광업계 신규 IT인력 채용지원(131억원), 민간 실내체육시설 고용지원(134억원) 등은 청년만 뽑는 것이 아닌데도 청년 대책에 포함됐다. 각 분야 고용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예산이 청년 예산으로 둔갑한 것이다.
예정처는 이에 대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