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해 삼성 등 국내 10대 그룹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월드컵과 올림픽, 세계박람회를 모두 개최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10대 그룹과 함께 주요 경제단체들도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유치를 돕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대기업 총수 등 각계각층의 주요 인사 78명을 유치위원으로 위촉했다. 유치위원장에는 김영주 전 한국무역협회장이 추대됐다.
78명의 유치위원엔 삼성전자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10대 그룹 회장이 모두 포함됐다. 이성희 농협 대표, 구현모 KT 대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유치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 회장은 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을 함께 맡기로 했다. 이전까지 굵직한 국제 행사를 유치할 때는 특정 기업이 세계를 누비며 정부를 돕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세계 각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직접 찾아가는 등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30 세계박람회는 이전과 달리 여러 기업이 협업해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김영주 위원장은 “5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의 해외 네트워크와 정부의 외교 역량을 십분 활용해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도 박람회 유치를 도울 예정이다. 구자열 무역협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 네 명도 유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3대 국제행사로 평가받는다. 인류의 산업, 과학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의 국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경제·문화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특히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면 인공지능(AI), 스마트공항 등 첨단 미래기술을 집중 소개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이 유치한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는 ‘인정박람회’로, ‘등록박람회’인 2030 세계박람회보다 격이 낮다. 등록박람회는 5년마다 6개월간 열리는 반면, 인정박람회는 등록박람회 사이에 3개월간 열린다.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결정되면 한국은 아시아 네 번째 등록박람회 개최국이 된다. 세계에서는 열두 번째다. 부산의 2030 세계박람회 개최 성공 여부는 2023년 12월께 결정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이르면 2023년 11월, 늦으면 같은 해 12월 총회를 열고 개최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세계박람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확고하게 다져놓을 때”라며 “정부와 부산시가 참여하는 정부유치지원위원회를 만들어 유치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정의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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