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8분 만에 온 쿠팡마트…편의점 '발칵'

입력 2021-07-13 17:33   수정 2021-07-21 19:02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지난 7일 밤 10시 ‘쿠팡이츠 마트’를 통해 라면 햇반 샴푸 등을 주문했다. 6분이 지나자 공동현관 벨이 울렸다. 그리고 2분 뒤 주문완료 메시지가 휴대폰에 떴다. 평소 집 앞 편의점에서 사는 물건들이지만 늦은 시간 집을 나서는 번거로움을 배달비 2000원으로 대신했다.

쿠팡의 ‘골목길 로켓배송’에 편의점 업계가 초긴장 상태다. 도심의 소규모 물류센터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에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을 대신해 물품을 배달해주는 쿠팡이츠 마트는 이달 초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15분 내 배송이라는 초유의 ‘퀵커머스’라는 점뿐 아니라 1000만 개 물품 조달 능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한 ‘쿠팡발(發) 골목상권 공세’라는 점에서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이전과 차원이 다르다.
쿠팡 퀵커머스에 충격 빠진 편의점
이달 초 송파구에서 퀵커머스를 시작한 쿠팡은 도심 내 MFC와 직고용 라이더를 앞세워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15분 내’ 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라이더들을 직고용해 아예 MFC에 상주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문 접수 후 라이더를 섭외해 배송하는 방식으론 15분 내 배송을 할 수 없다”며 “쿠팡은 초기 비용 부담과 관계없이 라이더를 확보해 MFC를 다른 지역으로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B마트’, 요기요 ‘요마트’가 쿠팡에 앞서 유사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퀵커머스에 남다른 위협을 느끼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도심 곳곳에 MFC를 설치하고 초고속 배송을 내세워 편의점업의 본질인 근거리 오프라인 쇼핑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전통 유통 채널 중 e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편의점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다”고 분석했다.

편의점 업계는 퀵커머스에 앞서 뛰어든 B마트, 요마트의 출현에 반발하면서도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들 선발 업체는 쿠팡이츠 마트와 달리 전속 라이더가 없어 배송에 30~40분이 걸렸다. 이 정도 경쟁력으론 배달비까지 내는 퀵커머스가 편의점을 대체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게다가 순수 배달 플랫폼인 배민, 요기요는 상품 소싱 경험이 없고 물류센터를 운영해본 적이 없어 상품 구색도 다양하지 않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B마트에서 편의점 업계 상품기획담당(MD) 등 인력을 많이 데려갔지만 확장이 생각보다 더뎠다”고 말했다. 반면 쿠팡은 이미 대규모 직매입과 이를 통한 로켓배송을 현실화한 온라인 유통의 절대강자다. 쿠팡이 직매입하는 상품 개수만 1000만 개에 이른다.
편의점 업계 ‘반발’ 불가피
대규모 자본력을 발판으로 한 쿠팡의 속도전은 편의점 업계가 처음 접하는 경험이다. 쿠팡 물류센터가 대형마트를 대신한 것처럼 쿠팡이츠 마트의 MFC가 편의점 점포를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들은 쿠팡이츠 마트 확대 속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편의점이 5만 개 있는데 쿠팡이츠 마트가 이보다 많이 MFC를 확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쿠팡의 퀵커머스 진입을 동네상권 침해 논란으로 확산시키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편의점주협의회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성명에서 B마트·요마트에 대해 “이들 업체는 전통 소매업종의 취급 상품을 공급하고 있어 골목상권 붕괴가 필연적”이라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아무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반발한 바 있다. 쿠팡이츠 마트 송파구 MFC의 반경 300m 안에는 편의점 9곳, 슈퍼마켓 6곳이 영업 중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쿠팡에 대한 사회적인 반대 분위기와 맞물려 점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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