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주52시간에 최저임금까지…"폐업·실업대란 누가 책임지나"

입력 2021-07-13 17:40   수정 2021-07-21 18:57


“치킨 한 마리 팔아야 남는 게 1000원도 안 됩니다.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서울 광진구 치킨프랜차이즈 점주)

2022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르면서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최저시급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를 주로 고용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근로자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인건비 올라 직원 계속 둘 수 없어”
전국 620만 명의 소상공인과 664만 개 중소기업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CVS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자발적 불복종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확대는 언감생심이며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고 비판했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것도 최저임금 인상의 후유증을 증폭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4.6%로, 미국(6.1%) 일본(10.0%) 등보다 월등히 높다. 과거 외환위기 여파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자영업자가 고용했던 종업원의 감소세가 뚜렷해지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31만7000명으로, 30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87만6000명을 기록한 2019년 2월 이후 28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지난 5월엔 427만 명을 기록했다. 서울 화곡동의 한 편의점 점주는 “대다수 편의점주가 알바생을 내보내고 12시간 이상 일하며 몸으로 때우고 있다”며 “주변의 다른 자영업자도 1인 사업자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근로제·유급휴일 확대에 이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 폐업이나 도산 위기에 몰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인 52.8%가 영업이익으로 대출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87조9000억원으로, 예년의 두 배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 근로자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 제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염색업계) 이사장은 “매출 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이 40%로 높아졌다”며 “이달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매출이 반타작 났는데, 최저임금까지 올라 앞으로 신규 채용은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나동명 한국전시행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떠나겠다는 사장이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휴수당 폐지, 차등 적용 필요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000원으로 3.2%만 인상돼도 13만4000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6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인상폭(5.1%)을 감안하면 훨씬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계에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휴수당 폐지와 함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가 1주 개근 시 사용자가 최저시급에 더해 약 20%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돼 있는 주휴수당 제도는 58년 전 생긴 제도로, 도입한 국가가 거의 없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이 적용되는 내년의 실질 최저임금은 1만1000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매년 소모적 논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기보다 독일, 미국과 같이 격년으로 정하고 산업별·규모별 실태를 반영해 구분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민경진/박종관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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