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청자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예약은 그제부터 엿새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금세 물량이 소진되면서 예약 시작 14시간 만에 중단됐다. 접종 대상자는 352만 명인데, 확보된 백신 물량은 185만 회분밖에 안 됐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비도 없이 예약을 받았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서버 다운도 그렇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맞아 백신 접종이 최선인 상황에서 예약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 못 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밤잠을 설친 신청자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앞서 예비군과 유치원·초등학교 교사 등 사전예약 때 두 차례나 되풀이된 서버 먹통이 또 일어난 것은 직무유기다. 예약 못 한 대상자들은 내주 50~54세와 함께 신청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나.
수도권 4단계 방역수칙도 탁상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에어로빅 등의 음악 속도를 120bpm 이하로 규제해 BTS의 ‘버터’는 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안 된다는 식이다. 수영장은 샤워가 되고, 헬스장은 금지한 것, 4명이 골프 라운딩하다 오후 6시만 되면 2명만 하게 한 것도 코미디나 다름없다. 헬스장 러닝머신 ‘시속 6㎞ 이하’, 오후 6시 이후 택시 탑승 2인 이하도 마찬가지다. 더딘 접종 속도도 문제다. 13일 0시 기준 1차 접종률은 30.4%다.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1차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 지난달 20일(29.2%) 이후 1.2%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 사태가 4차 대유행으로 번진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델타 변이 확산 조짐을 보이는데도 거리두기 완화, 소비진작 등 섣부른 방안을 내놨다. 그런데도 ‘내 책임’이라는 공직자가 없다. 대통령은 서울시장 경기지사가 참여한 회의에서 “방역 실패 땐 우리 모두가 책임”이라고 했다. ‘짧고 굵게 조기 타개’를 약속했지만, 근본 해결책인 백신 확보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는 오히려 “백신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방역기획관을 감싸고 있다. 이래서야 정부를 어떻게 신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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