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특색을 내세워 한층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입점사(판매자)를 위해 물류 중개 플랫폼을 열고 약점 보강에 나섰다. 로켓배송으로 국내 유통업에 획기적 변화를 이끈 쿠팡의 진격에 '풀필먼트(통합 물류센터) 연합군'과 인공지능(AI) 경쟁력으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쿠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로 '속도경쟁'에 한층 불을 붙였다. e커머스의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카카오는 카카오점(店)과 카카오커머스 재합병 등으로 전열을 재정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위한 맞춤형 풀필먼트 서비스인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선보였다.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을 표방하는 NFA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해 7개 풀필먼트 업체의 물류 서비스 중 판매자가 가장 필요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NFA에는 패션과 냉동·냉장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 전문역량을 갖춘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사 7곳(CJ대한통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이 참여했다. 네이버는 향후 참여사를 더 늘려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데이터 플랫폼 기능을 구축해 다양한 물류 분야 사업자와 협업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판매자가 풀필먼트 서비스를 사용하면 포장, 배송, 재고 관리뿐 아니라 불량품 검수, 반품 처리 등 물류 전반에 대한 자원(리소스) 투입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동안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물량이 적어 풀필먼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네이버는 판매자가 NFA를 활용하면 물류 업무를 풀필먼트 서비스에서 모두 담당하는 만큼 주문 가능 시간은 늘어나고 평균 배송 기간은 짧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네이버는 NFA를 통해 AI 기반 수요예측, 데이터 어드바이저 등 고도화된 물류 데이터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중으로 판매자가 물류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톡톡' 기능을 추가하고 물류사별 물류 현황과 함께 풀필먼트 업체의 출고율, 배송율, 판매자 리뷰 등 지표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NFA를 통해 풀필먼트 분야 뿐 아니라 택배, 프리미엄 배송, 도심 근거리 물류창고 등 다양한 물류 분야 사업자와 적극 협업하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한 시도로 풀이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CJ대한통운에 이어 '혈맹'을 맺은 유통공룡 신세계그룹과도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이마트)도 3조4000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품고 e커머스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재정비 중이다.
쿠팡은 주무기인 '속도전'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전국구 로켓배송(익일배송) 권역을 세운 쿠팡은 '쿠팡이츠 마트'로 퀵커머스 승부수를 띄웠다.
이달 초부터 서울 송파구에서 시행 중인 쿠팡이츠 마트는 쿠팡이츠 앱을 통한 생필품 주문으로 '15분 내 배송'이 핵심이다. 방식은 로켓배송과 유사하다. 도심 내 소규모 물류센터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거점으로 라이더(배달원)가 물품을 배달해준다.
앞서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B마트'와 유사하지만 업계에선 쿠팡 특유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올 4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실탄이 두둑한 데다 쿠팡 자체적으로 쌓은 소싱력도 막강하다.
쿠팡은 본원 경쟁력인 물류센터 추가 투자에도 힘 쏟고 있다. 올해 들어 3월 전북, 4월 경남, 5월 충북에 이어 지난달 부산까지 물류센터 협약을 맺으며 총 1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올 상반기에만 3억5000만달러(3981억원)를 들여 물류센터 추가 투자에 나섰다.
네이버와 '시가총액 3위 싸움'을 벌이는 카카오 행보도 심상치 않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네이버와 e커머스 '장외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2018년 분사한 카카오커머스를 재합병한다. 흡수합병 후에는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에 대해 "격화하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시너지 효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다. 시장 경쟁력 제고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서비스는 기업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 고도화 일환으로 시범 운영 중인 '카카오점(店)'이다. 카카오점은 각 기업의 자체 쇼핑몰이나 서비스를 해당 기업 카카오톡 채널에 입점 혹은 적용시키는 방식. 현재 대한항공, 나이키 등이 베타테스터로 참여 중으로 카카오가 파트너사 추가 확대에 나섰다.
네이버쇼핑과 달리 카카오점은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입점 업체에 이용자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개방 플랫폼을 지향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점은 카카오톡 채널의 환경을 일컫는 마케팅 콘셉트"라며 "더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카카오톡 채널 운영 기업)가 업종에 맞게 채널 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커머스 앱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톡은 카카오싱크 연동 제공,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 기업간(B2B) 선물하기 기능 확대, 카카오점 론칭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커머스 기능을 키우고 있다. 향후 커머스 앱으로의 카카오톡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오정민/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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