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행성이며, 매일매일 위치가 조금씩 바뀐다. 그런데 달은 하루에 50분씩 늦게 뜨기 때문에 많이 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달 옆에 금성이나 목성이 밝게 빛나기도 한다. 하루 전에도 거의 같은 자리에 있던 금성이고, 목성인데 갑자기 나타난 별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미확인비행물체, 소위 UFO로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행성의 움직임이 거의 매달 한 번쯤 발생하는 유성우와 만나면 훨씬 재미있어진다. 별 보기를 즐기는 많은 사람이 벌써 8월 12일 전후의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기다리고 있지만, 7월에도 물병자리에서 유성우가 28일 전후로 발생한다.
작년 이맘때엔 니오와이즈 혜성이 갑자기 나타나 별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평소 하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럴 땐 한 번쯤 마음이 동할 것이며, 부지런하게 용기를 내 실제로 혜성을 보러 나서는 사람은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장마가 늦었다. 그래도 수시로 오는 비와 낙뢰 때문에 6월부터 별 보기를 거의 못 했다. 이즈음 산꼭대기의 보현산천문대는 거의 매일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잠시 해가 나기도 하지만 이내 구름이 덮치고, 어떨 땐 구름이 산을 넘어 다니며 멋진 동양화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름답지 않게 쌀쌀해서 숙소는 난방을 하기도 한다.
별빛을 모으는 직경 1.8m인 오목 거울은 가장자리 두께가 25㎝이고, 무게가 1.5t인 열팽창이 없는 특별한 유리다. 먼저 망원경에서 분리해 증착실로 옮기고, 먼지가 많이 앉은 표면의 알루미늄 반사 물질을 녹여서 없애고, 깨끗하게 씻어서 진공증착기에 넣은 후 새로 알루미늄을 입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망원경으로 옮겨서 부착하고, 광축을 맞추는 작업도 해야 한다. 아주 무거운 유리 거울을 다뤄야 하는 작업으로, 날씨가 허락해야 별을 보며 마지막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점검 기간 내내 긴장하게 된다.
20년 넘게 하는 일인데도 왜 이리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진공증착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긴장 때문에 가끔 복통을 느끼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했다. 여름 정비 기간이 돌아온 것이다.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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