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한국 영화 리메이크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제작사와 플랫폼에서 소재와 장르, 시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한국 영화 판권을 사들이며 현지 제작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2월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 계기가 됐다. 올해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에도 한국 영화가 일부 해외에 판매된 적이 있었지만 판권을 사 놓고도 제작하지 않거나, 저예산으로 제작해 흥행에 실패했다”며 “최근에는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고, 영화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로 제작하는 등 플랫폼 자체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NEW는 또 스페인 제작사 락앤러즈와 류승룡 주연의 영화 ‘7번방의 선물’(2012) 판권 계약을 맺었다. 락앤러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의 프로듀서 미겔 루즈가 설립한 제작사다.
CJ ENM은 ‘기생충’(2019) ‘극한직업’(2018) 등을 해외에서 리메이크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을 제작한 미국 케이블 채널 HBO에서 TV드라마로 제작된다. ‘빅쇼트’의 애덤 맥케이 감독이 봉 감독과 함께 제작 총괄을 맡았다. ‘극한직업’도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미국 코미디 배우 케빈 하트를 주인공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한다.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액션 누아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프랑스 제작사 파테필름에서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다.
이 같은 리메이크 소식은 침체된 한국 영화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윤 평론가는 “영화 ‘기생충’ 이후 산업적으로 부흥할 수 있는 시기인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시장이 침체돼 있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역량을 꾸준히 인정하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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