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악녀…한국 영화 해외 리메이크 '봇물'

입력 2021-07-14 17:27   수정 2021-07-15 09:16


최근 해외에서 한국 영화 리메이크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제작사와 플랫폼에서 소재와 장르, 시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한국 영화 판권을 사들이며 현지 제작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2월 ‘기생충’의 오스카 작품상 수상이 계기가 됐다. 올해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에도 한국 영화가 일부 해외에 판매된 적이 있었지만 판권을 사 놓고도 제작하지 않거나, 저예산으로 제작해 흥행에 실패했다”며 “최근에는 처음부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고, 영화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로 제작하는 등 플랫폼 자체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명 제작진 총출동
영화 투자배급사 NEW는 글로벌 OTT 아마존스튜디오와 최근 김옥빈·신하균 주연의 영화 ‘악녀’(2017)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맺었다. ‘빌러니스(villainess)’라는 제목의 아마존TV 시리즈물로 재탄생한다. 제작진도 화려하다. 유명 시리즈물 ‘워킹데드’를 만든 스카이바운드가 제작을 맡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비욘드’의 작가 더그 정이 프로듀서로, 드라마 ‘다이너스티’의 작가 프랜시스카 후가 파일럿 에피소드 작가 겸 프로듀서로 합류한다. ‘악녀’의 정병길 감독은 연출 및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NEW는 또 스페인 제작사 락앤러즈와 류승룡 주연의 영화 ‘7번방의 선물’(2012) 판권 계약을 맺었다. 락앤러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의 프로듀서 미겔 루즈가 설립한 제작사다.

CJ ENM은 ‘기생충’(2019) ‘극한직업’(2018) 등을 해외에서 리메이크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을 제작한 미국 케이블 채널 HBO에서 TV드라마로 제작된다. ‘빅쇼트’의 애덤 맥케이 감독이 봉 감독과 함께 제작 총괄을 맡았다. ‘극한직업’도 유니버설스튜디오와 함께 미국 코미디 배우 케빈 하트를 주인공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한다.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액션 누아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프랑스 제작사 파테필름에서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다.
“한국 영화인 역량 인정받아”
국내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던 영화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해외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작품성이 뛰어났으나 흥행엔 실패했던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인 신하균 주연의 ‘지구를 지켜라’(2003)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유전’ ‘미드소마’로 많은 마니아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한다. CJ ENM이 투자 및 배급을 맡았다. 위하준 주연의 공포 영화 ‘곤지암’(2017)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 미국의 블랙박스매니지먼트가 국내 BH 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현지 제작에 나섰다.

이 같은 리메이크 소식은 침체된 한국 영화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윤 평론가는 “영화 ‘기생충’ 이후 산업적으로 부흥할 수 있는 시기인데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시장이 침체돼 있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 영화인들의 역량을 꾸준히 인정하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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