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호 기자] ‘넌 대체 부족한 게 뭐야?’ 정말 뭐든 잘 하는 사람에게 감탄처럼 튀어나오는 칭찬이다. 외모, 성격, 능력 등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비비가 바로 이런 칭찬이 절로 나오게 하는 사람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는 비비, 그 말이 무색하게 그는 본인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척척 해내고 있었다. 본인에게 음악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닌 본인의 일부, 아니 어쩌면 혹은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며 음악으로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그.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얼마나 음악에 대한 생각이 깊은지도 엿볼 수 있었다.
이토록 영특하고도 현명한 비비. 본인에게 끼가 넘치는 것을 증명하듯 화보 촬영에서는 타고난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인터뷰에서는 진중하고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정말 여과 없이 솔직함도 보였다. 화보 촬영 내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매력을 보여준 그에게 근황을 묻자 “이렇게 화보 촬영도 하고 유튜브 콘텐츠 촬영도 한다. 그리고 음악 연습도 하고 앞으로 나올 앨범 구상 및 작업 등을 한다. 바쁘다. 그런데 엄청나게 미친 듯이 바쁜 건 또 아니다. 이번 앨범은 조금 강하고 자극적이었다. 정말 자극적이다가 순해지면 이것도 다른 느낌의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순한 자극’을 보여드릴 준비 중이니 기대해 달라”며 귀엽게 답했다.
최근 ‘인생은 나쁜X’ 앨범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 앨범 타이틀은 물론 수록곡의 뮤직비디오를 모두 제작했을 뿐 아니라 앨범에 비비의 단편 소설도 수록하는 등 정말 열정을 쏟아부은 앨범으로 화제가 됐다. 활동 소감을 묻자 “애를 낳아보진 않았지만 애를 낳은 기분이다(웃음). 내 몸에서 무언가가 쑥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 이렇게 앨범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대형 기획사 가수분들은 전문적 A&R팀도 있고 치밀한 기획 하에 앨범이 나온다. 내가 절대 그런 분들을 이길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난 내가 열심히 공을 들여 ‘장인 정신’이 깃든 앨범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더라. 그래서 제작하게 됐다. 그냥 가수, 그저 음악이 담긴 앨범이 아닌 종합 예술적인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며 앨범 제작 계기를 밝혔다.
그렇다면 왜 앨범의 제목과 타이틀곡의 제목이 ‘인생은 나쁜X’일까. “내겐 인생의 모든 것이 유혹처럼 다가왔다. 줄 듯 말 듯 나를 약 올리며 속을 알 수 없는 게 참 나쁜 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너무 나쁜 그런 여자 말고 섹시한데 살살 애태우는 그런 나쁜 년(웃음).
다섯 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며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지 묻자 “다섯 편을 이틀 내내 찍었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달리는 장면도 많아 거의 10시간을 달려야 했다. 뮤직비디오 속 달리기는 억울함을 의미한다. ‘나도 남들과 똑같이 달리는데 왜 나만 이래?’ 싶은 느낌이다. 그리고 감독님과 나의 시선을 동일시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둘이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뮤비가 나올 것 같아 걱정했다. 그러면 망하는 거다(웃음). 그래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고 다행히 결과물이 정말 좋고 만족한다. 이번 앨범 타이틀 중 하나인 ‘BAD SAD AND MAD’로 음악 방송 활동도 했는데 이렇게 매니악한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적인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활동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비비는 ‘피리 (PIRI the dog)’를 꼽으며 “꿈에 강아지가 나왔다. 이름이 ‘피리’라고 하더라. 말을 할 줄 아는 강아지였다. 주인에게 버려졌다고 말을 하며 화를 냈다. 꿈에서 깼는데 계속 생각나고 마음이 아팠다. 그 당시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였다. 그래서 꿈속에 나타난 피리에 나를 많이 이입한 것 같다. 그 꿈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난 나 자신이 되게 강아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도 많고 사람도 잘 믿는다. 믿는 만큼 바라기도 바란다. 크게 실망을 하기도하고. 그런데도 사람을 원하고 갈구하며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이 노래의 노출이 많이 없어 잘 모르는데 꼭 들어줬으면 한다. 내 첫 EP에 ‘나비’라는 곡이 있는데 그 곡의 후속곡 같은 느낌이다”라며 ‘피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타이거 JK와 윤미래의 선택을 받아 가요계에 데뷔하게 된 그. 앨범 준비 중에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묻자 “응원을 엄청나게 해주셨다. 준비 과정에서 앨범이 망할 것 같다고 장난 섞인 투정을 부렸다. 그러자 타이거 JK 대표님이 ‘절대 안 망한다. 세상에 망하는 건 없다. 이게 잘 안 되어도 네가 나중에 정말 잘 됐을 때 재조명을 받을 수 있을 거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정말 힘이 됐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비가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누구일까. “예전엔 지코(ZICO), 크러쉬(Crush)였다. 근데 둘 다 작업했다. 지코의 ‘웬수’, 크러쉬의 ‘She Said’에 각각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학생 때부터 버킷리스트에 ‘크러쉬와 함께 음악 작업 하기’라고 써놓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온 거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요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분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님과 박찬욱 영화감독님이다. 두 분의 작품에 정말 작은 역할로라도 출연하고 싶다. 평소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들이다”라고 답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최근 화보 및 광고 촬영 등으로 연예인으로서의 가치도 인정 받는 비비. “’내가 점점 다듬어 지고 있구나’하는 생각과 ‘사람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든다(웃음). 나를 많이 찾아주시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연예인은 진짜 나를 잃어버릴 수 있을 만큼 눈부시고 화려한 직업이다. 그래서 항상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한다. 수입이 생기니 최근엔 자잘한 ‘플렉스’를 하고 있다. 고양이 자동 급식기를 고장이 나지 않았는데도 새로 산다던가, 친구들에게 술을 쏜다던가, 하루에 식비를 10만 원 쓰는 등 자잘하게 쓴다”며 웃어 보였다.
눈 밑에 빨간 점 두 개를 찍는 비비. 점의 의미에 대해 묻자 “친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정말 많은 분의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공부도 잘하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위트와 센스도 겸비하셨다고 들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다섯 살 때 돌아가셔서 큰 기억은 없다. 돌아가시기 전에 몸이 아프실 때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평소와 많이 달랐다.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신 건 변함 없었지만 얼굴에 열꽃이 피어있고 많이 아프셨다. 그게 큰 기억으로 남아 얼굴에 빨간 점 두 개를 찍게 됐다. 공연하거나 일을 할 때 감정 기복이 크고 흥분을 잘해 마음처럼 잘 안 될 때가 있더라. 남에게 혹시나 피해를 주지 않을까 염려가 됐다. 평정심을 찾고 주어진 일을 잘해나가기 위해 찍는 부적 같은 존재다”라며 점의 의미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상형에 대해 묻자 “무조건 착한 사람이다. 난 잘생긴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좋다. 물론 착한데 잘생기면 더 좋긴 하다(웃음). 그리고 집안일을 잘했으면 좋겠다. 난 집안일에 소질이 전혀 없다. 대신 난 열심히 돈 벌어오겠다”라며 귀엽게 답했다.
다재다능하고 끼가 넘치는 비비, 대화할수록 새로운 매력이 보이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매력적인 아티스트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매력은 또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 한 번 보면 빠질 수밖에 없는 비비의 매력에 모두 함께 스며들어보자.
에디터: 임재호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시티브리즈
네크리스: HEI
링: MARTA
플로리스트: 더뉴즈
헤어: PRANCE 이지 부원장, 한미래 디자이너
메이크업: PRANCE 예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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