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지난 3월 ‘마이 QR브랜치’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이 QR브랜치에서는 앱이나 인증서가 없어도 소비자가 금융상품에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공공기관 등 단체고객 유치가 잦은 농협은행 직원들도 신청서 배포·회수 작업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NH슈퍼스톡마켓’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했다. 모의 투자 앱이 설치된 휴대폰을 받은 방문객들이 슈퍼에서 쇼핑하듯 주식 투자를 체험했다.
농협금융이 디지털 사업 목표로 ‘고객이 체감하는 올 디지털’을 내걸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초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전문가인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디지털 전환(DT)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은 올해 약 5000억원을 정보기술(IT) 부문에 투자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농협은행에 3200억원, 농협생명 484억원, NH투자증권에 469억원 등을 배정했다. 이 중 NH투자증권은 최근 급증하는 온라인 거래량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 성능 개선에 100억원을 투입한다. 작년 말부터 두 차례에 걸쳐 동시접속자 6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주전산 시스템과 MTS 서버를 증설했지만, 선제적으로 100만 명 수준까지 처리 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농협금융 전 계열사에 조직문화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디지털금융 혁신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고객이 원하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5월 말 계열사의 DT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우수 조직과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디지털 현장경영’도 시작했다. 매월 농협금융 계열사 중 DT 추진 우수 사업장을 찾아 현장 직원과 고객 의견을 듣기로 했다. 첫 번째 디지털 현장경영 계열사는 농협캐피탈이었다. 농협캐피탈은 약 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지난 2월 말 가동한 이후 3개월에 걸쳐 안정화 작업을 마쳤다. 업계 최초로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IT 시스템을 구축, 업권 최고 수준의 IT 서비스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계열사 자체 앱도 정비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6개에 이르는 뱅킹 앱을 개인·기업용 스마트뱅킹 2개만 남기고 통합하는 한편 다른 계열사도 농협금융 통합 플랫폼과 문제없이 연동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추진한다.
손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개방론자’로 꼽힌다. 오픈뱅킹의 시초가 된 금융권 최초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공개가 손 회장 작품이다. 농협금융은 농협의 유통사업 등 내부 조직뿐만 아니라 외부 빅테크·핀테크와도 사업 제휴를 확대하기로 했다.
디지털 전문인력 확보가 사업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 과제인 만큼 외부 전문인력 채용도 과감히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삼성SDS에서 농협금융으로 영입돼 DT 전략 수립을 총괄하고 있는 이상래 디지털금융부문장(CDO·농협은행 부행장 겸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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