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의 핵심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호치민 등 남부 지역의 확산세가 걷히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조업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KOTRA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호치민 동부 사이공하이테크파크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사업장에 셧다운 조치를 내렸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영향이다. 이 단지에서는 삼성전자, 인텔, 일본의 니덱 등이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와 니덱 등에서 감염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정부는 사업장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 최소 15일에서 한달까지 봉쇄 조치를 내린다. 이번 셧다운으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사이공하이테크파크 사업장은 삼성 최대 생활가전 생산기지로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TV 등을 제조한다. 사업장 규모가 70만㎡(21만1750평)에 달하고, 직원 수도 7000여명에 이른다.
이 사업장이 생산을 유지하려면 7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숙소와 식사를 삼성전자에서 마련해야 한다. 공장 근로자들이 산업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라는 정부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미 같은 산업단지에 있는 니덱은 근로자 4000여명의 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인텔 역시 근로자들을 인근 호텔과 모텔에 수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곤욕을 치렀다.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박닌성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21일간 사업장을 봉쇄했다. 박닌성 사업장은 지난달 말 조건부로 봉쇄가 해제됐다. 삼성전자가 직원들의 숙식을 사업장 안에서 해결해주는 조건이었다.
KOTRA 측은 베트남에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들이 수난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5일 호치민시와 빈즈엉성을 봉쇄했다. 두 도시 밖으로 나가려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서가 필요하다. 공단 출입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있는 사업장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빈즈엉성에선 확진자 발생으로 근로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리온, 코오롱 등이 이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최근 신규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했다. KOTRA 관계자는 "현지 기업들이 셧다운 여부를 밝히길 꺼려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일부 기업들의 가동률은 35%까지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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