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으로 끝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반란…경영진 교체 실패

입력 2021-07-15 07:25   수정 2021-07-15 07:57

<p> ≪이 기사는 07월 15일(07:25)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헬릭스미스 경영권을 놓고 소액주주들과 벌인 표 대결에서 사측이 웃었다. ‘한국 바이오 1세대’로 꼽히는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지휘봉을 지켰다. 경영진 해임을 추진했던 소액주주연대 측이 내건 안 중 정관변경과 이사 일부 선임안만 가결됐다.

헬릭스미스는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헬릭스미스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소액주주들의 요구로 열린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선 △정관변경 △김 대표를 포함한 사내·사외 이사 6인 해임 △사내·사외 이사 7인 선임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의 4개안이 다뤄줬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현 경영진의 해임과 함께 새 이사 5인을 앉히려 했지만 최동규 전 특허청장과 김훈식 한국기술가치평가협의회 회장 2인만을 이사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측이 추천한 2인에 대한 이사 선임안,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안도 함께 부결됐다.

이번 임시주주총회는 15일 오전 1시가 돼서야 개회가 이뤄졌다. 소액주주연대 측이 모아온 6000장 이상의 위임장에서 주식수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으로 인해 개회가 늦어졌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회사 발행 주식의 43.4%를 확보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50%를 채우지 못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로 임원이 실직하는 경우 퇴직 보상액을 500억원 한도로 걸어둔 정관 등을 삭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영진을 바꾸진 못했다.

김 대표는 사측의 승리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을 위해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상징적 인물이다. 서울대 교수 재직 시절인 1996년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을 설립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가 승승장구하면서 2년 전 코스닥시장 ‘넘버2’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임상 3상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헬릭스미스가 2016년부터 5년간 고위험 사모펀드에 2643억원을 투자해 일부 원금 손실을 본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약속을 깨고 지난해 1612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도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임상 실패, 주가 하락 등을 문제삼은 일부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해임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위임장 모집에 나섰다.

성난 주주를 달래기 위한 김 대표의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지난 3월 “내년 10월까지 임상 3상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주가를 지금의 4배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회사에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헬릭스미스는 회사 홈페이지에 주주게시판과 유튜브 채널도 개설하며 소통 창구를 늘렸다. 미국 임상 담당자들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며 소액주주들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했지만 이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재도전 중인 엔젠시스 미국 임상 3상에 집중하는 현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소액주주 측 이사 2인을 선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사회 인원이 6인에서 8인으로 늘어난 정도여서 김 대표의 경영에 제동을 걸기엔 수가 부족하다. 회사 관계자는 “오전 중 공시 및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총회 관련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김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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