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출범을 앞둔 카카오손해보험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빅테크 기업(대형 정보기술기업) 카카오 계열사다보니 플랫폼 영향력을 기반으로 기존 보험시장 점유율이 재분배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보험시장 전체 관점에선 카카오의 보험업 진출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혁신 서비스 경쟁을 통한 시스템 고도화와 이로 인한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다. 단, 일각에서는 업권별 규제차익 가능성과 소비자 보호, 금융소외 문제 등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카카오손보는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 보험 전 과정에서의 편의성 확대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에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상담·설명 서비스 제공, AI 챗봇을 활용한 24시간 소비자 민원 대응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단, 카카오손보의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가 어떠한 형식으로 제공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험 계약자의 서류 제출을 지원하는 간편 청구에 그칠 것인지, 다른 보험사 계약에 대한 간편 청구 서비스까지 제공할 것인지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손보의 간편 청구 시스템 관련 사안은 본허가 이후 구체화될 예정이다.
카카오손보가 보험금 간편 청구 시스템 도입을 예고하면서 관련 서비스는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손보업계는 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2년째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다. 이 법안은 지난달에도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중계기관으로 놓고 민간보험사가 진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간편 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각 병원과 제휴를 맺고 자체적인 간편 청구 시스템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 경우 당연히 엄청난 플랫폼 영향력을 갖춘 카카오손보가 우위를 지닐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기존 보험사들이 간편 청구 서비스를 위해 제휴를 맺은 병원은 100곳 안팎에 불과하다. 약 3700만명의 가입자를 지닌 카카오페이가 대규모로 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혁신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나타낼 전망이다. 카카오손보가 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할 경우 기존 보험시장 점유율이 재분배될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활용한 가장 혁신적인 모델은 카카오페이가 병원들과 제휴를 맺어 모바일 서류 발급을 가능하게 하고 전자 청구서를 보험사로 대신 전송하는 서비스"라며 "카카오페이 플랫폼 특성상 병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은 타 인슈어테크 업체 대비 용이할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카카오손보가 플랫폼과 간편 청구 서비스 중심으로 성장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전통적 손해보험사들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화 트렌드에 따라 기존 보험사들의 수익성과 강점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시장 파이 재분배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카카오손보의 보험업 영위 예비허가 당시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 증진, 보험산업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일반손해보험시장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손보를 통한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음을 피력한 셈이다.
임 연구원 또한 "카카오손보의 출범으로 인해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혁신적인 서비스의 출범으로 전통적 보험사들의 시스템 고도화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며 "카카오손보에 대한 대응 노력에 힘입은 보험산업 전반적인 발전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권별 규제차익 가능성과 소비자 보호, 금융소외 문제 등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한 기대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인허가 방식을 중심으로 한 현행 금융규제 체계에서 빅테크의 시장 진출은 규제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고, 보험시장 참여자들의 권리와 책임이 복잡해짐에 따른 소비자 보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사업 모델 특성상 소수에 의한 지배적 플랫폼이 구축돼 불공정 경쟁과 독과점에 따른 시장 효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빅테크의 대형화 및 비금융과 높은 연계성 등으로 향후 실물 위기가 금융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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