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없으면 망해야지"…게임 셧다운제 이렇게 탄생했다 [김주완의 어쩌다IT]

입력 2021-07-18 12:16   수정 2021-07-18 12:17


최근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의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연령 이용 등급을 한국에서만 성인으로 올릴 수 있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비용 문제 등으로 셧다운제를 감당할 수 없는 MS가 어쩔 수 없이 마인크래프트의 연령 이용 등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셧다운제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10년 전인 2011년에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해 도입됐습니다. 그동안 계속 논란이 됐지만 유지됐습니다. 관련 법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정부와 정치권 셧다운제에 대해서 어떻게 논의를 했을까요. 당시 국회에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통과했습니다. 다음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2010년 4월 27일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셧다운제 법안이 상정됐습니다.
"게임이 술과 담배와 같나요?"
박민식 전 의원은 "청소년 보호법의 목적이 뭐냐 하면 1조에 이렇게 돼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 또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 또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한다’ 이렇게 돼 있지요? 쉽게 말해서 청소년 유해 매체물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게임이 술, 담배 또 음란물같이 원칙적인 금제물입니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백희영 전 여성가족부장관은 "저희가 영화라든지 음반이라든지 전부 유해성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유해한 것이 있느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그러니까 사용이나 내용에 따라 다른 것 아닙니까? 담배는 어떻습니까? 담배 같은 게 성질에 따라 청소년이 이용해도 되는 담배가 있습니까?"라고 반박했습니다. 백 전 장관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내용이나 사용에 있어서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셧다운제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박 전 의원은 "헌법상 어떤 것을 금지할 때는 최소한에 그쳐야 됩니다. 그런데 아예 딱 시간을 정해 놓고 그냥 ‘몇 시부터는 못 한다’, 대단히 원시적인 방법이고 헌법의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의 소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백 전 장관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지금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수면시간을 충분히 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5세에서부터 24세 까지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미국, 영국 스웨덴, 핀란드 같은 선진국에 비해서 1시간 이상이 짧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백 전 장관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 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재 인터넷 과잉 사용자가 우리나라에 20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 청소년이 100만명입니다. 전적으로 다 금지한다는 것이 아니고 법안에 보면 12시부터 6시까지의 시간에 한 해서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과잉금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왜 셧다운제는 심야에 적용하나
하지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왜 심야에 금지해야 하는지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이주영 전 의원은 "밤 12시 넘어서 새벽 6시까지 규제하자는 건데 그 시간대에 무슨 통계 같은 게 나와 있는 게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백 전 장관은 "그것은 별도로 저희가 아직 자료를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별도로 본 자료는 없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그런 것을 측정한 자료는 없어요?"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백 전 장관은 "앞으로 더 찾아보고 청소년 업무가 온지 한 달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보다 많은 자료 축적을 앞으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셧다운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듬해 3월 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1차 법안심사제2소위로 이어졌습니다. 김교신 전 여가부 차관은 문화부의 셧다운제 도입 우려에 대해 "'무슨 PC 온라인 게임 갖고 심각하다고’ 했는데 지금 얘들이 그것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자기 혼자 게임을 하다가 나가서 사람을 죽이는, 그것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너무 많은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당연히 청소년들을 보호하면서 게임산업을 진흥하는 것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라고 생각하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의 역할이 사후에 이런 규제를 하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전에 어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법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청소년 보호 시스템이 게임산업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저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러느냐 하면 중학생하고 초등학생들 한밤 중에 그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을 갖고서 ‘우리는 그것 못 하면 사업을 못 하겠다’는 그 발상 자체를 저는 굉장히 참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쟁력 없어요? 그럼 망해야지"
셧다운제 도입으로 한국 게임산업이 위축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이춘석 전 의원은 "다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0~6시까지 6시간을 제한하는데 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망하냐고, 그렇게 경쟁력이 없어요? 그러면 망해야지. 우리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서 다른 식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법을 찾아야지, 16세 미만을 0~6시까지 제한하는데 게임산업 망하니까 안 됩니다. 이런 논리를 펴요? 지금 이게 말이 돼?"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국회에서는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습니다. 2011년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1일 20일부터 셧다운제가 시행됐습니다.

김주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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