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당선으로 10년 만에 시장 자리에 ‘컴백’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오 시장이 취임 후 마주한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19는 4차 대유행으로 확산했고, 급등하는 집값도 잡히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을 맘껏 펼치기엔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와 중앙정부의 벽이 만만치 않게 높았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오 시장은 서울시 조직을 장악하며 4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첫 조직개편, 인사를 무리 없이 마무리했다. ‘오세훈표 시정’을 펼치기 위한 발판을 단단히 했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평가다. 오 시장은 내년 4선을 목표로 서울의 미래 청사진과 안심소득 실험 설계안, 중장기 도시기본계획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오 시장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은 취임 초기와는 달라졌다. 지난 4~5월 서울의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안팎에 머물던 시기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업종별 영업시간을 다르게 적용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추진했다. 이 방안은 여권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의 책임을 오 시장 탓으로 돌리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서울에서만 하루 50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최근엔 오 시장이 정부에 방역 조치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는 게 오 시장 측근의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달 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불과 8시간 앞두고 ‘수도권 1주일 유예’가 전격 결정된 것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정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이 확보된 서울형 공유어린이집 사업은 다음달 시작되며 의회의 반발이 컸던 교육 플랫폼 ‘서울 런’도 조만간 시행에 들어간다. 오 시장은 소득이 낮은 계층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선별복지인 ‘안심소득 실험’도 다음달께 설계도를 완성할 방침이다.
의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자마자 핵심 시정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건 오 시장의 조직 장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10년 만의 수장 교체에도 불구하고 당초 우려와는 달리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0일간 행보에선 주로 주택 시장 안정화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평가다. 가장 먼저 4월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시점을 앞당기는 방침을 발표했다. 규제 강화와 함께 한쪽에선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도입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물밑 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지 않아 실질적으로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취임 후 1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던 공언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수정/안상미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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