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를 앞둔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전체 예산안 33조원 중 20조원(62.8%)이 넘는 돈이 '현금 살포성' 사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 수로 보면 77개 중 39개(50.6%)가 현금 지급 성격의 사업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16일 2차 추경에 신규·증액 편성된 77개, 33조원 규모의 사업들을 분석한 결과, 이중 39개의 20조7320억원에 달하는 사업들이 직접적인 현금지원 사업이거나, 사실상 현금 지원성격의 사업으로 분석됐다.대부분의 사업들이 코로나19 방역에 관계가 크지 않거나,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 사업들이어서 추경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8조1212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이외에도 추경에는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사업)' 1조1000억원, 저소득층 296만명에게 10만원씩 지급하는 '한시 생활지원사업' 296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2000억원, '농수산물 소비 쿠폰' 1100억원, 각종 '체육·문화예술공연·여행 쿠폰 및 예술인 지원' 1215억원 등이 편성됐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5차례 추경(2020년 1·2·3·4차, 2021년 1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전지출 성격의 현금 지원 사업은 재정승수가 낮아 경제부양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바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막대한 현금살포성 사업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적 효과는 없어도 '정치적 효과'는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경을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표를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생 5만명에게 50~70만원씩
코로나에도 공연·영화·스포츠 쿠폰 340만명에게
"뿌릴수 있는 만큼 뿌려보자"
정부는 당초 추경의 목적으로 코로나19 방역대응과 경기침체 회복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사업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효과를 거두기 힘들거란 관측이 나온다.
먼저 이전지출 형식의 직접 현금지원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정부는 직업계고등학생 2만명에게 자격증 취득지원을 명목으로 50만원씩 주는 사업과 전문대생 3만명에게 취업 지원을 명목으로 70만원씩 지원하는 사업을 편성했다. 두 사업에 275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사업이후 취업 성과 분석이나 예측자료는 없었고, 또 이미 국민취업제도·고교취업연계장려금·현장실습지원금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현금 지원사업이 본예산을 통해 시행중이다. 단순히 여러 명목을 통해 대상학생들의 수만 늘리려고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돈 지원'으로 학생들의 표를 사려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각종 여행, 스포츠, 문화예술 쿠폰·지원 사업에도 1200억원대의 재정이 들어갈 예정이다. 체육시설을 이용할때 3만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을 40만명에게, 영화 관람심 6천원을 할인해 주는 쿠폰을 167만명에게, 관광지의 교통비를 할인해주는 쿠폰을 14.5만명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야구·축구·농구·배구 등 프로스포츠 관람권을 50% 할인해 주는 쿠폰(100만명)과 문화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문화이용권(20만명)도 지급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방역상황과 전혀 반대 방향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외활동 등을 자제해 달라는 방역당국의 지침과는 정반대로 야외활동을 장려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로 공연 등이 '올스톱'이었던 상황임에도 공연인이 공연을 할수있도록 현금을 지급하는 '대중음악공연 활성화 사업'에도 30억원이 투입됐고, 비슷하게 청년예술인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39억원도 편성됐다.
또 정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지원금 이외에도 저소득층 296만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주는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 사업'을 위해 296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1인당 10만원씩의 규모라면 재정 집행의 비용이나 행정 비용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 효과는 물론 복지적 효과도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중위소득 120% 이내 예술인에게 30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272억원도 편성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51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올해에도 본예산에 585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예술인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 본래 사업의 취지였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경에까지 필요성에 대한 분석없이 선심성으로 지원 대상만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4시간 3개월 동안 일하는 단기로 일하는 일자리지만, 구체적 계획 미비·타 사업과의 중복 등으로 현장에서는 "일없이 꽁돈을 받아간다"는 아우성이 속출하고 있는 사업이다. 더욱이 지난해 결산 결과 사업 참여자중 30%가 실제 근로없이 임금을 받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5만명을 더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처지인 노인일자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160억원이 추경에 추가 투입된다. 이미 노인들을 위한 '수당 사업'으로 변질된지 오래다.
115억원이 투입되는 공연예술분야 인력지원사업(예술인 만긴채용 지원)도 있다. 예술인이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하면 임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시행됐던 이 사업에서 예술 단체 대표끼리 서로를 채용해 지원금만 받거나, 해외체류자가 서류상으로만 고용돼 지원금을 받는 사례 등이 속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KDI는 지난 4월 작년과 올해 5차례 추경을 자체 분석한 결과, 재정승수가 0.2~0.3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KDI는 "상대적으로 이전지출에 집중되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해 현재 한국 경제의 이전지출 재정승수가 0.2라고 발표한바 있다.
재정승수는 재정을 투입했을때 얼마나 우리 경제(GDP)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재정승수가 0.2인 경우 1원을 정부가 사용할때 0.2원만이 민간경제로 돌아온다는 걸 뜻한다. 걷은 세금만큼의 효과도 없다는 의미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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