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유튜브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무속 콘텐츠, '언택트 점집'이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무속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빠져있다고 고백했다. 사생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배우 한예슬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까지 유명인의 사주풀이 콘텐츠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무속인들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며 운세, 사주팔자를 봐주기도 한다. 유튜브의 인기는 매출로 직결된다. 유튜브서 입소문 난 점집은 상담 예약이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것.
하지만 일부 엉터리 무속인들이 코로나19로 고단한 현실을 겪는 젊은 층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어 우려가 제기됐다.
피해자 A 씨는 굿과 동아줄 값으로 700만 원을 지불했다. 그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동아줄을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간절한 마음에 사게 됐다"고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사연을 밝혔다.
그는 "기운이 새어 나갈까 1년 반 동안 고이 모셨지만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었다"며 "더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B 씨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 도장을 300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비싸다고 하니 신이 정한 값이니 깎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 "이것만 있으면 효과 100%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속인은) 도장만 가지고 있으면 취업이 안된 사람은 취업이 되고, 장사가 안되는 사람에겐 손님이 몰려온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혹했다. 도장을 샀는데도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며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굿만 하면 헤어진 연인을 되찾는다며 수백만 원 대의 굿값을 요구한 무속인도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이 무속인은 코로나 때문에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의뢰인에게 영상으로 굿을 찍어보냈다. 5개월간 기도를 해야 한다며 초값을 요구했고, 의뢰인은 54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헤어진 연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분노한 의뢰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환불을 거부하던 무속인은 그제서야 합의에 나섰다. 무속인은 "백퍼센트 돌아온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발뺌했다.
한 심리상담가는 "유튜브로 들어봤더니 설득력 있다고 느끼면 일차적으로 '여기 가봐야 겠다'는 믿음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속인들이) 심리적 제압을 한다. 넌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고 말하면 몰입해서 끌려가기 마련이다. 답을 원해서 왔기에 이 사람이 던지는 것에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가 된 무속인들의 유튜브는 철저히 기획된 것이었다. 한 피해자는 "공중파 예능처럼 무속인들이 나오고 굿을 하면 사례자가 씻은 듯이 낫는다. 이걸 보고 안 넘어갈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짜고 친 판이었다. 제작진은 네티즌들이 흥미롭게 볼 사연을 미리 받아 무속인에게 알려주고, 의뢰인으로 배우를 섭외해 연기를 시킨 것이다. 심지어 무속인들이 제작진에게 돈을 지불하고 영상에 출연한다고. 한 무속인은 "유튜브로 점을 보는 콘텐츠는 모두 호객 행위의 일종"이라며 "속된 말로 뻥이고 거짓말이다. 사람들의 나약한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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