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잘 서야죠"…대통령이 되는 법 [OTT네비]

입력 2021-07-18 11:26   수정 2021-07-18 11:27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 권력의 최정점은 대통령이다. 그리고 대통령을 위해 보이지 않는 암투와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광팬'이라고 밝힌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는 권력과 욕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미국은 물론 국내 팬들까지 사로잡은 작품이다.

오프닝은 2013년 미국 최초로 탄생한 여성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로 시작된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인공은 대통령 당선인이 아니다. 그를 대통령 자리에 올린, 22년 동안 의원 생활을 한 '킹메이커'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다.


프랭크는 당당하게 "저 사람(대통령 당선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호불호는 중요하지 않다. 정치에서 많은 지지를 받으려면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난 진작에 그걸 파악하고 저 사람 옆에 붙었다"면서 개인적인 호감이 아니라 '될 만한 사람'의 '라인'이 됐다고 밝혔다.

프랭크는 선거에서 승리나 후 자신이 국무장관에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 "할 만큼 했고, 줄도 잘 섰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프랭크는 원했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고, 자신의 정치 파트너이자 비영리 단체인 청정수 발의회(Clean Water Initiative, CWI)를 운영하는 아내 클레어 언더우드와 협업해 꿈꾸던 자리에 오르려 온갖 공작을 벌이는게 주요 줄거리다.
'푸어 화이트' 출신 정치인, 대통령이 되다
2013년 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마이클 돕스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BBC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졌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면서 세계적인 흥행 콘텐츠가 됐다. 웹 드라마 최초로 골든글로브, 에미상 후보로 지명되면서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기반에도 영향력을 끼쳤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즉 카드로 지은 집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은 비현실적이지만 사실적이고, 불안정하며 위태위태한 미국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고, 겉으로는 매너를 차리는 비열한 정치의 세계가 시즌 6까지 이어진다.

주인공 프랭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출신으로 사관학교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민주당 하원의원이 됐다는 설정이다.

프랭크는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과 법안도 상대의 약점을 잡고, 이를 이용해 꺾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유착하고, 자신의 입맛대로 기사를 흘릴 뿐 아니라, 후배 하원 의원까지 약점을 거머쥐고 가스라이팅을 하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살인과 협박 등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선하고 정의로운 리더와는 거리가 멀다.

부통령이란 권력을 거머쥔 후 프랭크는 폭주한다.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고,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 유입사건을 뒤집어씌우면서 투표 없이 대통령까지 입성한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 없이 대통령이 된 것.

설정만 놓고 본다면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빠른 전개와 청문회와 토론회의 말실수, 의원과 정당들의 다툼 등이 생동감있게 그려지면서 설득력을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즌3를 제작하던 당시 제작진에게 "빨리 보게 해 달라"고 졸랐고,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 정치인은 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하는가'라는 기고문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남편과 함께 이 드라마에 탐닉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치인들도 반하는 디테일인 셈이다.
프랭크보다 더한 욕망의 화신

프랭크가 '킹메이커'라면, 프랭크를 만든 사람은 아내 클레어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프랭크를 만난 클레어는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프랭크를 택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팽' 당했던 남편이 사과를 하자 "내 남편 프랭크는 사과하지 않는다"면서 여장부의 면모를 보여준 클레어다. 그러면서도 남편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진 않는다. 자신이 운영하는 CWI의 기부금을 받기 위해 남편 몰래 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을 정도로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욕망을 온전히 드러내는 존재는 프랭크뿐이다. 우아한 말투의 감언이설로 설득하고,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주변 사람들을 조정한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클레어가 결국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데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클레어는 결국 진짜 백악관의 주인, 대통령이 되면서 마지막 시즌6를 이끈다.

클레어의 모델을 놓고 초반엔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냐는 반응도 많았지만, 부통령이 되고, 직접 남편을 대신해 정치에 나선다는 점에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부인 에디슨 윌슨과 겹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 측은 어떠한 실존 모델도 없었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이기려 이렇게까지?
프랭크와 클레어는 백악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펼치는 권모술수는 작게는 거짓말부터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전쟁과 납치까지 펼쳐진다. 미국이 직면한 중국과의 관계, 러시아와 외교 문제, G7 정상회담 등을 엮어 두 사람의 욕망으로 풀어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정치적 정적이 부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걸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부풀리고, 정치적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 역시 선거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폭로전과 위기론 제기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주인공 프랭크 역을 연기한 케빈 스테이시가 동성 성추행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시즌 6에서 마무리됐다. 케빈 스테이시 없이 마지막 시즌6가 제작됐지만, 여장부 클레어가 남편의 뒤를 이어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펼쳐지는 과업들은 결코 시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넷플릭스 '하우스오브카드' 시리즈
공개일 2013년 2월 1일~2018년 11월 2일
등급 19세 이상 관람가
별점 IMDB 8.7/10, 로튼토마토 77%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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