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소주의 쓴맛을 탄생시키다…'진로 창업주' 우천 장학엽

입력 2021-07-16 17:57   수정 2021-07-17 00:32

서민들의 술 소주. 삶의 애환을 털어 넣어 목으로 넘길 때 나는 소주 특유의 ‘쓴맛’은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맛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소주가 쓴맛이 난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90여 년 전 우천 장학엽 선생이 만든 ‘진로(眞露)’가 그 시작이다.

장학엽은 1903년 7월 17일 평안남도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황해도 곡산공립보통학교 교사로 부임했으나 일본인 교사들의 텃세로 2년 만에 교직을 떠났다. 1924년 동업자를 모아 진천양조상회를 세운 장학엽은 일본 양조회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쓴맛이 나는 ‘흑국 소주’를 개발해 시장에서 성공했다. 교육자로서의 꿈이 남아 있던 그는 해방 이후 1946년 진지소학교, 진지중학교, 진지여고 등을 개설해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사업 기반을 모두 잃었으나 1954년 서울에 서광주조를 세워 재기했다.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광고 등 독특한 마케팅을 펼치며 1970년대 소주 시장 1위에 올랐다. 1974년 장학엽은 우천학원을 세워 다시 한번 교육자로서의 숙원을 달성했다. 이듬해엔 사명을 ‘진로’로 바꿔 오늘날의 하이트진로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1985년 별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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