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대표주자인 금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올 들어 관련 투자 상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신뢰에 ‘금’이 갔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행으로 금값에 악재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비트코인이 일각에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는 물론 단기 전망도 밝지 않다며 투자 시점을 보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6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 펀드 12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32%로 나타났다. 펀드 유형을 분류하는 47개 테마 가운데 수익률 꼴찌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금 시세의 두 배 수익을 노리기 위해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1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한국투자KINDEX금선물레버리지 ETF는 올해 -10.7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광업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골드는 -6.94%, KB골드스타펀드는 같은 기간 -5.15% 손실을 냈다. 올 들어 급락한 금값이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국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당 64.70달러(-3.42%) 하락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역사상 고점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림세다. 이달 들어 3.25% 오른 트로이온스당 1828.40달러(15일 기준)를 기록하며 연초 가격(1944.70달러)을 회복 중이지만 시장의 기대감이 높지 않다. 금 시세가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한 달간 금펀드에서 수십억원이 이탈한 이유다.
금 가격은 실질 금리와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달러 강세도 금 시세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투자처로서 금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진종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테이퍼링을 예고하고 내년 초 이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물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관련 ETF와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수록 금 시세는 반등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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