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 발을 디딘 지 10년이 안 된 젊은 사무관·외교관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고시 합격의 기쁨도 잠시, 밤을 새워가며 만든 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뒤집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산업현장을 좇아가기도 벅찬데, 기업을 이끄는 정책을 짜야 하는 데서 오는 자괴감도 상당하다. 대기업 직원, 전문직에 비해 급여는 적고, 공무원 대상 아파트 특별공급과 연금 같은 혜택도 쪼그라들고 있다. 보람도, 일과 삶의 균형도 챙기기 힘든 마당에 공직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이영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정고시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으로 5급에 임용된 뒤 10년 안에 퇴사한 공무원은 지난해 15명이었다.
“지난해 퇴직자는 2020년 선발된 5급 공무원(370명)의 4%에 해당하는 만큼 비율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관가의 시각이다. 주목되는 것은 퇴직자가 늘어나는 속도다. 2016년 3명→2017년 4명→2019년 9명→2020년 15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공직을 떠난 젊은 사무관과 외교관들은 법조계, 바이오·금융투자 업계, 사설 학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부 머리’를 되살려 로스쿨·약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거나, 변리사 등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경우가 상당수다.
전략컨설팅회사, 벤처캐피털, 공직적성능력평가(PSAT) 학원 강사로 옮긴 사례도 있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5급 공무원이 되면 3년은 지나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이들이 충분한 업무 처리 역량을 갖춰갈 무렵에 공직사회를 떠나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해”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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