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첫 민생 행보로 부산 하천변 정화 봉사활동에 나섰다.
최 전 원장은 17일 부산 해운대구 석대사거리 인근 동천교 하부 하천변에서 당원들과 쓰레기 줍기 등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날 봉사활동엔 부산 해운대을이 지역구인 같은 당 김미애 의원과 부인 이소연 씨가 동행했다.
최 전 원장은 봉사활동을 마친 뒤 당원들 앞에서 자신을 ‘신입 당원’으로 소개하며 “첫 일정으로 우리 당원 동지들과 함께 비가 내리는 가운데 구석구석 쓰레기를 주우며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한 것은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사원장 사퇴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해 정권교체를 화두로 꺼낸 최 전 원장이 봉사한 것에 대해 비판도 쏟아졌다.
한 친문 성향 커뮤니티에는 최 전 원장의 쓰레기 줍기와 관련해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 ㅋㅋ봉사활동을 해보기는 했을까"라는 조롱 섞인 글이 제기됐다.
이 글에는 "카메라 없으면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 수준을 뭐로 보고 저런 퍼포먼스를 하나"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최 전 원장의 쓰레기 줍기 봉사가 보여주기 식 쇼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 최 전 원장은 슬하에 두 딸과 두 아들을 두고 있는데 그중 아들들은 아내가 봉사하던 보육원에서 입양한 아이들이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아이하고 맞지 않을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자 최 전 원장의 10년 전 인터뷰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의 인지도가 비슷한 시기 정권에 등을 돌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그가 살아온 인생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최 전 원장에 대한 미담이 담긴 1981년 조선일보 기사가 최근 서울대 게시판에 공유됐다.
최재형·강명훈의 피보다 진한 우정을 다룬 이 기사에 따르면 최 전 원장은 신촌교회에서 소아마비 친구인 강명훈 씨를 만나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를 업고 등하교했다. 이후 서울대 법대에 나란히 입학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기사는 <소아마비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강명훈 군(25·서울대 법대 80년 졸업)과 강 군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업고 등·하교시키며 같이 공부해온 최재형 군(25·서울대 법대 79년 졸업)이 17일 나란히 사법시험(2차)에 합격하기까지에는, 우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벅찬 인간애의 고뇌들이 있다고 전했다.<br />
최 전 원장을 잘 아는 교회 관계자는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소탈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적선(積善)하듯이 베푸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호흡하고 생활하는 그런 장로님의 모습에서 우리도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기독교에는 ‘작은 예수’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최재형 장로님이 작은 예수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판사 시절의 최 전 원장을 향해서는 "신앙이나 삶이 괴리되지 않고 항상 일치한다"면서 "아름다운 사람이라 해도 가까이서 보면 흠이 보이는데 이분은 늘 한결같고 소탈하다"고 했다.
교회 관계자는 함께 선교 갔던 당시를 회상하며 "필리핀 불라칸(Bulacan)은 제대로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아니라 빈민가다"라며 "물이 안 나와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편해 남자들은 조그마한 예배당에 대충 매트 깔고 누워 자야 하는 상황이다. 최재형 장로님은 절대 숙소를 따로 잡지 않고 함께 잔다. 다른 데에서 잠시 쉬었다가 행사 때 잠깐 얼굴 비치는 그런 것도 없다. 공항 출발부터 똑같이 참여하고 짐을 나를 때에도 더 솔선수범한다. 거기 기자가 있겠나 감시하는 사람이 있겠나. 그런데도 평소랑 똑같이, 그리고 진심을 담아 행동했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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