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세계 4대 미항으로 개발하면 어떨까[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1-07-19 16:00   수정 2021-07-19 18:37


세계 3대 미항은 호주의 시드니,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입니다. 이 3대 미항의 경우 주거환경, 관광환경, 자연환경이 모두 잘 갖추어진 항구도시이고, 특히 자연적인 지형이 이 항구도시를 세계적인 미항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금 동, 서, 남해안에 14개 항구도시 재개발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부산 북항재개발 사업은 공공개발을 중심으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미항을 만들기 위해 관광객이 많이 방문할 수 있는 상업시설을 넣기 위해 상업용지를 많이 분양했는데, 전혀 엉뚱하게 새로운 주거형태라고 하는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가서 지역주민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지 용도를 결정할 때에는 그 지역을 어떻게 개발시켜야 미래의 항만도시가 될 수 있는지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인허가 단계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를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일부 부유층을 위한 60~70층 규모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오는 결과가 나옵겁니다.

이러한 초고층 주거시설이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해운대 마린시티내의 초고층 주상복합빌딩과 같이 정상적인 주거시설이 들어와 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사람이 많이 거주하면서 주변 상권도 같이 발전하는 미래형 도시의 모습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미 국토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 주거용도로 전환하지 않으면 2년뒤 부터는 이행강제금을 집값의 10분의 1 수준으로 부과한다고 고시한 바 입니다. 때문에 호텔도 아니고, 주거도 아닌 이상한 형태로 자리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필자는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와 함께 '인천 내항 재개발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해야 지역주민도 만족시키고, 관광객도 끌어모을 수 있는 미래형 항만도시가 될 수 있는지 계속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국토부와 함께 동서남해안 항만도시 재개발 전체 개발 자문을 할 때, 인천 내항 만큼은 세계 4대 미항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기에 반드시 처음부터 제대로 개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천 내항이 세계 4대 미항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일단 자연적인 지형입니다. 별도의 방파제를 설치안해도 이미 내해형태로 잘 개발됐고, 입구에는 이미 월미도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1-8부두 바로 건너편에는 인천 중구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이미 자리하고 있어, 별도의 관광단지를 조성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반면 각종 개발규제로 인해 주민들이 살아야 하는 주거공간은 인천 전체 지역에서 가장 낙후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열악한 상황입니다. 전세계에 관광지역으로 유명한 항만도시를 보면 일단 지역주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주거단지가 아름답게 조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소비를 하기 때문에 그 지역 상업시설들은 제대로 유지관리가 됩니다. 그리고 관광객들까지도 항상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관광 항만도시가 조성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부동산 개발 측면의 개발계획 위주로만 추진되다보니 부산북항 재개발과 같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일단 토지를 비싸게 팔기위한 상업용지를 만들고, 정주인구를 늘린다고 공공용지를 만들고, 공원은 있어야 한다고 녹지공간을 왕창 넣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을 지 모르는 공간에 수변 상업시설 공간을 넣습니다.

일단 지역주민들이 저렴하게 평생 내집마련을 해서 이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은 40년 장기 모기지도 생기고 '누구나 집'처럼 집값의 10% 이내만 있어도 내집마련이 가능한 제도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공간들이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또 인천 내항에서 평생 일하시던 분들의 일자리도 같이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수변공간을 개발하고, 요트선착장을 만들고, 각종 첨단 미래형 직업체험관도 만들면 충분히 일자리는 많이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공간들과 별도로 인천 내항을 반드시 와야만 하는 '랜드마크'도 꼭 만들어야만 합니다. 필자가 정부나 지자체 강연할 때마다 세계 최고층 두바이 '버즈칼리파', 세계 최고 호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 모두 한국이 시공해서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는데, 정작 한국에만 이런 멋진 랜드마크가 없다고 말씀드립니다. 설계나 시공 모두 충분히 가능한데, 부동산 개발 측면에서 사업성만 따지다보니 생긴 일입니다. 분양만 잘되면 되니까 실제 오랜기간동안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는 안만들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우리가 시드니를 갈 때 무엇을 보러 갈까요. 대부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보러 간다고 하죠. 그런데 정작 오페라하우스에서 어떤 공연이 있는지 아시는 분도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가시는 분은 거의 없겠죠.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도시를 바꿔놓은 랜드마크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를 하는지 알고 가시는 분들은 거의 없죠. 즉, 이런 시설하나가 멋진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되었기에 그 도시 전체에 매년 수백만 또는 수천만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도시 자체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인천 내항은 자연적인 형상이나 친환경 요소나 주변 관광요소들, 거기에 제3연륙교가 준공되면 인천공항과의 접근성 등 모든 조건을 갖춘 최고의 미항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조건은 갖춰졌는데, 항만재개발법을 따라야 하고 50% 이상을 사업성이 전혀없는 공공용지로 해야 한다는 점 등은 한계가 됩니다.

2·4 부동산대책을 보면 그동안 용적률이 낮아 개발되지 않았던 역세권개발, 준공업지역,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모두 현실에 맞게 확 바꿨습니다. 지금 빠른 속도로 다양한 재개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천 내항은 반드시 해양수산부, 인천항만공사는 물론 인천시가 같이 불합리한 도시계획을 과감하게 변경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보금자리, 그리고 일자리 창출, 그러면서도 멋진 랜드마크 도입과 함께 주변 관광지와 더불어 세계적인 항만 관광도시로 개발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 후세들은 전세계에서 몰려오는, 특히 중국의 부자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세계 4대 미항에서 비교적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조금만 생각을 달리한다면 충분히 빠르고 멋지게 개발될 수 있겠죠. 지역주민들도 참여하면서요. 스티브잡스가 한 이 말 한마디만 명심하면 됩니다. 'Think different'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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