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현대차그룹, 택배 사업에 나선 이유

입력 2021-07-20 10:12   수정 2021-07-20 11:26


 -제조와 물류 경계 허무는 새로운 시도
 -이동 시장 전반을 위한 거시적 관점 고려

 현대자동차그룹이 물류 사업에 직접 나서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동 시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키우기 위한 제조사의 새로운 변화로 해석되며 그만큼 제조와 운송업의 경계는 더욱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18일 현대차그룹은 도심형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비스는 한 지붕 가족인 현대백화점과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대행사 팀프레시와 함께 진행한다. 친환경 포터EV 4대를 투입해 최대 30분 안에 과일, 야채, 정육 등 친환경 신선식품 배송을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GM은 연초 신개념 물류 시스템인 브라이트드롭을 공개하고 물건을 담는 과정에서 배송,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받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전용 전기 밴을 만들고 관련 부서를 신설해 물류 운송이라는 새 사업에 시작을 알렸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더 이상 제조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제조물을 활용한 사업에 진출해 다양한 데이터 확보는 물론 수익도 추구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다양한 데이터 확보는 향후 도심형 물류 서비스에 최적화된 통합 물류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도로 위 이동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반면 기존 물류 운송업체는 제조사들이 점차 물류 사업으로 영역을 확보하는 것에 대응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역으로 완성차 제조사들의 역할에 직접 뛰어드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물류기업인 아마존은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손잡고 전기 밴 10만대 제작 계획을 발표했고 UPS 역시 전기차 전문업체 '어라이벌'과 1만 대의 택배용 EV 생산을 약속했다. 전기차의 경우 구조가 간단해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렵지 않다. 이 점을 활용해 직접 차를 만들어 현장에 투입하면 유지 관리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는 기존 물류 기반의 운송업과 제조업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업과 운송업의 갈등과 진통 또한 예상된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업의 물류사업 진출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어서 기존 물류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더불어 물류 운송 수단의 직접 제조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찾는 작업도 이미 시작됐다. 그간 물류 사업은 적절한 운송 수단을 구입해 물건을 잘 이동시키는 것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잘 나르는 운송수단 확보가 필수재로 떠오른 셈이다. .  

 업계 전문가는 "제조사는 탄탄하게 입지를 다져온 기존 배송 서비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아야 할 것"이라며 "반대로 물류 운송업체는 최소의 유지 비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고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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