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8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최대 체인점 맥도날드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직원의 시급을 종전 11달러에서 17달러로 55%나 올렸다. 학업을 병행하는 직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대학 등록금 혜택도 주기로 했다. 미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직원들의 최저 시급을 2025년 25달러까지 올리기로 결정했다.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 시급은 7.25달러다.
기업들이 이처럼 무한 채용 경쟁에 나서는 건 인력 수급 불일치가 심각해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 채용 공고는 920만 건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실제 채용은 590만 건에 그쳤다. 기업들은 경기 활황 속에서 인력을 더 뽑고 싶어 하지만 구직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따지고 있다. 기업들은 ‘당근’을 더 제시할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미 경제의 예상 밖 호황이 꼽힌다. 올 1분기 6.4% 깜짝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엔 8%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가계 저축액 및 저축률은 역대 최고치다. 발 빠르고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배포 및 재정정책이 제대로 작동한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최저임금 동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방 시급이 2009년 이후 12년째 동결돼 있어서다. 개별 주(州)에서 연방 기준보다 높은 시급 하한선을 둘 수 있지만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등 20개 주는 여전히 연방 수준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에선 정부가 직접 임금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도 기업 스스로 소득 분배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발적이고 경쟁적인 임금 인상을 통해서다. 기업들은 경기가 살아나자 더 나은 직원을 뽑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 전략에 나서고 있다. 직원은 소득을 늘리고 기업은 매출을 확대할 수 있어 ‘윈윈’이다.
한국에서도 고용 및 임금 문제로 떠들썩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2019년엔 10.9% 각각 올렸다. 강제로라도 소득 하한선을 높이면 근로자들이 그 돈으로 소비를 더 할 테니 결국 성장과 고용을 촉진하게 될 것이란 소득주도성장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더 뽑고 임금을 높이는 건 결국 기업과 경제 상황에 달렸다는 걸 미국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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