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도 '아크로' '르엘' 등 고급 브랜드 달아달라"

입력 2021-07-19 17:45   수정 2021-07-20 00:44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을 겨냥해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내놓은 대형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북권과 지방 사업지까지 너도나도 고급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초 조합총회를 열고 DL이앤씨와의 시공계약을 해지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2019년 4월 시공사로 선정한 지 2년여 만이다.

조합이 기존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 브랜드 적용을 요구했으나 시공사 측에서 난색을 보이면서 계약이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크로’는 DL이앤씨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에 적용됐다.

대형 건설사들은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기존 아파트 브랜드와 별도로 고급 브랜드를 선보였다. DL이앤씨의 ‘아크로’ 외에 현대건설 ‘디에이치’, 롯데건설 ‘르엘’,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등이 대표적이다. 디에이치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방배5구역 등에 적용된다. ‘르엘’은 서초구 반포우성, 신반포13·14차, 강남구 청담삼익, 대치 구마을2지구 등에 붙는다. 서초구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서초삼호1차 재건축) ‘반포 센트럴푸르지오 써밋’(삼호가든4차) 등은 대우건설의 고급 브랜드가 붙어 재건축된 단지들이다.

고급 브랜드를 붙인 아파트가 지역 시세를 주도하는 ‘리딩 단지’로 자리잡자 강북권과 지방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도 고급 브랜드를 적용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시공사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 조합은 시공사인 롯데·한화건설 컨소시엄에 ‘르엘’ 또는 ‘갤러리아포레’ 브랜드 적용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일부 조합원이 시공사 해임 동의서를 걷는 중이다. 광주 최대 재개발 사업지인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도 DL이앤씨 컨소시엄에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다가 무산돼 시공 계약 해지를 추진하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은 ‘르엘’ 브랜드 적용을 놓고 롯데건설과 갈등을 겪은 끝에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건설사들은 조합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급 브랜드를 적용하려면 분양가와 입지, 미래 가치 등 각 건설사의 내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건설사마다 자체 브랜드위원회가 있어 심사를 거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희소성이 사라지고 기존 브랜드 아파트 주민의 불만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조합이 ‘갑’이 되면서 시공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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