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들이 즐기는 골프 같은 운동을 마다하고 산길을 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회장은 “완급 조절도 잘해야 하고, 정신력 싸움도 필요한 마라톤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며 “90세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지난 9일 계족산에서 조 회장을 만났다.
그가 마라톤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2001년 무렵. 운동을 즐기던 둘째 형님을 따라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게 시작이다. 2005년엔 둘째 형님, 셋째 형님과 함께 삼형제가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다. 현재는 아들과 사위도 조 회장과 함께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
“처음 사위를 볼 때 20㎞를 완주해야 결혼할 자격이 된다고 괜한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사위가 대전에 오는 날이면 새벽에 함께 러닝메이트로 뜁니다. 아들도 토요일마다 함께 뛰고요. 온 집안이 운동으로 결속된 거죠.”
2016년부터는 회사 차원에서 ‘맨몸 마라톤’ 대회도 열고 있다. 매년 1월 1일 상의를 탈의한 채 대전 갑천변을 7㎞ 달리는 대회다. 작년 대회엔 2500명이 몰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를 취소해야만 했다.
코로나19로 유명 마라톤 대회가 줄줄이 취소된 형편이다. 조 회장 역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쉬움을 ‘유튜브’로 풀고 있다. 작년 10월 문을 연 ‘괴짜왕 조웅래’는 ‘달리면서 하는 1인 토크쇼’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지난 6월 참가했던 ‘울릉도 전국 마라톤대회’에선 풀코스 마라톤을 뛰면서 영상을 찍기도 했다.
“셀카봉을 들고 뛰면서 열심히 말합니다. 4시간을 뛰다 보면 좋은 풍경도 보이고, 제 감상도 말하다 보면 말할 거리가 넘쳐나죠. 힘든 구간에서는 저 스스로를 다독이며 찍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제 안에서 에너지도 넘치고 뭔가 정리도 되는 기분이 들지요.”
스스로를 ‘괴짜왕’이라고 부르는 조 회장의 또 다른 이름은 ‘기부천사’다. 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부터 소주 한 병을 판매할 때마다 5원씩 적립해 지역사회 청년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전 5개 자치구와 세종시, 충남 15개 시·군과 협약을 맺고 앞으로 10년간 장학금을 전하기로 했다.
계족산을 내려갈 무렵 조 회장에게 ‘특이한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조 회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한 번 진심을 담아 해보면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도전이건 기부건 진정성이 있으면 사람은 계속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나 봅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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