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의 새로운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 규제기관과 투자자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다. 애크먼은 기업을 합병해 상장하는 통상적인 스팩과 달리 스팩을 이용해 유니버셜뮤직의 지분 일부를 매입한 뒤 또 다른 회사의 지분권을 판매하는 스파크(기업인수권리회사) 모델을 구상해왔다.
20일 파이낸셜타임즈는 애크먼이 자신이 설립한 스팩퍼싱스퀘어톤틴홀딩스(Pershing Square Tontine Holdings)를 이용해 유니버셜 뮤직 지분 40억 달러 어치를 매입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스팩을 이용한 지분 인수 대신 헤지펀드인 퍼싱스퀘어홀딩스가 유니버셜뮤직의 지분 10%를 인수하고 장기 투자자로 남을 계획이다. 유니버셜 뮤직은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등이 속한 회사다.
애크먼은 지난달 4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니버셜 뮤직의 지분 10%를 40억 달러에 매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스팩은 비상장 회사와의 인수합병(M&A)를 목적으로 세워진 법인이다. 상장 후 2년 안에 비상장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애크먼은 PSTH를 통해 유니버셜 뮤직을 인수하는 것 대신 지분 일부만 매입했다. 비상장 회사인 유니버셜뮤직은 모회사인 프랑스 미디어 그룹 비방디를 통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 시장에 상장된다.
PSTH 주주들은 상장을 앞둔 유니버셜뮤직의 지분 10%를 소유하게 된다. 이와 함께 스파크를 이용해 두 건의 추가 거래를 할 때 주식 매수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주식인수 권리를 얻는 새로운 모델인 셈이다.
알짜 비상장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복잡한 거래 방식에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PSTH 주가는 지난달 4일 이런 거래 방식이 발표된 뒤 18% 하락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거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크먼은 주주서신을 통해 "복잡한 거래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애크먼은 18개월 안에 PSTH와 합병할 새로운 기업을 찾아야 한다. 기존 스팩 방식대로 상장하기 적절한 비상장 기업을 선택해 인수할 계획이다.
애크먼의 새로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창의적 대안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파크는 스팩과 달리 2년 안에 인수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 시간에 쫓겨 준비가 덜 된 기업의 상장을 유도할 위험이 적다.
투자자가 미리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투자자의 기업 선택권도 어느정도 보장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팩의 한계를 보완한 '스팩2.0'이라고 불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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