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에서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신생기업)’에 진입했거나 목전에 둔 곳만 3~4개에 이른다. 카뱅,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이다. 이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이다. 앱의 편리성과 친숙함도 무기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케팅비를 다른 사업자의 10분의 1밖에 쓰지 않는다”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높은 만족도를 통해 달성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 앱의 사용자 16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카뱅은 3년여 만에 1600만 명을 모았다.
상장을 앞둔 카뱅의 공모가 범위는 3만3000~3만9000원이다. 최고가로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18조5000억원에 이른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사 등을 모두 거느린 KB금융지주(21조1230억원) 신한금융지주(19조3983억원)에 이은 시총 3위고, 은행만 놓고 보면 1위다. 카뱅 상장주관사들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의 3.7배 수준으로 주가를 책정했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 역사상 가장 높은 PBR은 1999년 6월 주택은행(국민은행)이 받은 2.36배였다. 현재 은행 지주회사들의 PBR은 0.3∼0.5배에 불과하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성장성, 비대면, 플랫폼 등의 프리미엄을 반영하면 카뱅에는 은행주 역사상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이 적절하다”고 했다.
카뱅이 은행권에 ‘메기 효과’를 불러왔다면 토스는 증권사 모바일주식거래시스템(MTS)의 혁신 경쟁에 불을 붙였다. 토스증권은 주식 초보도 쉽게 쓸 수 있는 직관적 사용법으로 3개월 만에 300만 개의 계좌를 확보했다. MTS 분야 1위인 키움증권 영웅문을 위협한다. 증권사들도 MTS를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기존 네이버 가입자 기반을 흡수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네이버페이로 이뤄진 결제액은 17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년 전 같은 기간(9조1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임현우/이현일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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