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구속 등으로 구설에 휘말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 내 강한 검증 요구와 잇따른 악재로 지지율 하락세를 맞고 있다. 비슷한 시기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재빠른 국민의힘 입당으로 당내 도움을 받으며 정치권에 입문한 반면 제3지대에 머물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감사원장의 입당을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대선 주자들과 함께 완전히 충전된 상태로 대선 경선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당협 위원장이 당내 대선주자의 선거 캠프인을 공개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는 점도 밝혔다. 윤 전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장외 유력주자들의 입당과 경선 참여를 독촉하는 가운데, 당내 주자들에게 안정적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입당을 압박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실제 윤 전 총장 측은 최근 캠프 내 소통 혼선으로 말을 바꾸는 해프닝을 벌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비공개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일본으로 출국하는 도쿄올림픽 선수단을 배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몰릴 경우 거리 두기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선수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인천공항을 가던 도중 길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캠프 실무진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캠프 측은 기자들에게 "윤 전 총장이 인천공항에 갔지만, 방해가 될까 봐 멀리 떨어져서 선수들이 출국하는 것만 본 것 같다"는 취지로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곧이어 "윤 전 총장은 인천공항에 가지 않았고, 내부에서 혼선이 있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에 대해 "지금 코로나 때문에 갈 데도 없고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데 정치도 하지 않아 본 분이 지금 흉내를 내려고 하니까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총장의 '120시간 근무' 발언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벌떼같이 달려들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 측은 "쌍팔년도 퇴행적인 인식"이라고 비판했고 윤 전 총장 측은 여권에서 발언의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주52시간제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주 5일 24시간을 일해야 120시간이다.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윤석열 씨는 말씀하기 전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을 다듬어라"라고 일침을 날렸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은 돌아다닐수록 표가 떨어지는 사람이다"라며 "윤석열의 자질 부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120시간 근무' 발언은 스타트업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면서 게임개발을 사례로 든 것이다"라며 "마치 모든 기업과 공장에 주 120시간을 주장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양강 체재 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27.1%로 1위를 차지했다. 윤 전 총장은 19.7%로 2위를 기록했다. 두 사람 간 격차는 7.4%포인트로 오차 범위(±3.1%) 밖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14.6%, 최 전 원장이 4.8%, 홍준표 의원이 3.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9%로 뒤를 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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