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실급식, 집단감염…책임회피 급급한 軍

입력 2021-07-20 17:25   수정 2021-07-21 00:32

301명 중 247명. 전체 승조원의 82% 감염이라는 세계 해군사에 유례없는 집단감염 사태에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임무가 끝나지 않은 부대원 전체를 조기 귀국시키는 초유의 ‘감염 회군’이 현실화할 때까지 군은 백신 접종에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도 “해외 파병 부대원을 포함한 전 장병의 백신 접종을 적극 추진해 왔다”는 서 장관의 ‘사과’에는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변명이 기저에 깔려 있다. 전형적인 책임 희석이다.

서 장관은 지난 4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8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데 대해 “밀폐된 공간에서 항행 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한테 최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덴만의 영웅’들은 예외였다. 방역에라도 철저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처음 의심 증상을 보인 장병에겐 감기약이 처방됐고, 유증상자가 수십 명에 달하자 ‘신속항체검사’를 했다. 항체검사는 감염된 뒤 2주가 지나야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초기 감염자에겐 무용지물이다. 간이 검사라도 ‘항원검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올 2월 출항할 때 항원 키트가 개발이 안 됐다”는 거짓 해명도 내놨다. 항원검사 키트는 이미 지난해 11월 정식 허가됐다.

군은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 오히려 “현지 상황, 우리 군의 방역 노력을 고려하지 않은 언론 보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발끈하기까지 했다. “일반 장병은 5월부터 접종하기 시작했다” “이상 반응 발생 시 응급처치가 어렵다” “콜드체인 시설이 없다”는 해명이 뒤따랐다. 의료 인력이 탑승해 있고 국내 영토로 간주되는 함정에 백신을 가져갈 수 없어 결국 공군 수송기 두 대로 전 부대원을 귀국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와중에 국방부는 “서 장관이 현지 국가 국방장관과 긴급 통화를 통해 현지 임무 수행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내놨다. 장관의 대국민 사과 불과 하루 전이다.

서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작년 9월 취임해 만 1년도 안 된 장관이 분기에 두 번꼴로 국민 앞에 사과한 것은 ‘감염 회군’만큼이나 유례가 없다. 같은 사단에서 석 달 사이 두 차례 발생한 북한 주민 월남 사태, 전 군을 망라한 ‘부실급식’ 사태, 성추행 사건에 대한 군의 조직적인 은폐와 피해자 사망 사건까지. 군은 대형 사고가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주요 지휘관들을 불러 모아 카메라 앞에서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하고 군 수뇌부를 교체한다고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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