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과 고성, 거제 등 해안가 양식장엔 푸석한 흰색 스티로롬 부표 대신 빨간색 흰색 검은색의 폴리프로필렌(PP) 소재 부표 3000개가 설치돼 있다. 미세 알갱이로 부서질 염려가 없고 강한 충격에도 부력을 상실하지 않는 친환경 부표다.
1960~1970년대 국내 최초 플라스틱 바가지를 출시해 ‘내쇼날푸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엔피씨(NPC)가 5년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박두식 NPC 회장은 “50여 년 플라스틱 제조 ‘외길’을 걸어온 자존심을 걸고 해양 생태계를 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김 굴 가리비 홍합 등을 키울 땐 적절한 수심에서 이들이 자라도록 로프를 고정시켜 부력을 유지해 주는 부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부분 양식장엔 값싼 ‘스티로폼 부표’가 설치돼 있지만 태풍이 오거나 선박 스크루에 부딪히면 미세 알갱이로 부서져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연간 파손 혹은 유실되는 스티로폼 부표만 200만 개에 달한다.
NPC가 개발한 친환경 부표는 겉면에 ‘이음새’를 없애 이 같은 결함을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동그랗게 구 형태로 생긴 부표를 생산할 땐 금형을 통해 절반씩 찍어내 열로 접합하기 때문에 중간에 이음새가 생기지만 NPC는 독창적인 사출기술로 표면에 이음새를 없애 내구성을 강화했다. 또 태풍으로 부표가 바닷속 18m까지 내려가 3기압의 압력을 받아 쭈그러들어도 수면 위에서 다시 펴지면서 형체가 복원된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스티로폼 부표와의 가격 차이가 개당 1000~2000원에 불과하다.
NPC 창업자는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자의 동생인 임채홍 씨다. 박 회장은 임씨의 큰 사위로 NPC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196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NPC는 플라스틱 밀폐용기, 휴지통 등 가정용품으로 영역을 넓히다 1990년대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과감히 변신을 시도했다.
현재 주요 매출처는 플라스틱 팰릿(pallet)과 컨테이너(상자)다. 작년 플라스틱 사업 매출(4300억원)의 90%가 여기에서 나왔다. 화물을 싣고 내릴 때 받침대로 쓰이는 팰릿은 운송용 필수 기자재다. 연간 1300만 개 팰릿을 생산해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6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현대자동차 한화 SK 롯데 등 대부분의 대기업이 이 회사 팰릿을 사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친환경 재생 팰릿시장도 2005년 국내 처음 개척했다. 전체 판매 물량의 76%인 1000만 개가 재생 팰릿으로, 전국에서 수집한 연간 8만t의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다. 박 회장은 “1000만 개 재생 팰릿 생산은 목재 팰릿 대체 효과로 연간 100만 그루의 벌목을 막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소나무 1억 그루를 심는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선식품 배송이 증가함에 따라 일회용 용기를 대체할 보온·보랭이 가능한 친환경 배송 상자도 개발하고 있다. 박 회장은 “국내 최초 플라스틱 제조업체지만 공해 업종으로 지탄받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으로 탈바꿈해 친환경 제품 확대로 2025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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