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열린 한국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일 유가증권시장은 0.35% 내린 3232.70에 마감했다.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50원을 웃돌며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했다. 장 중 한때 3214.74까지 하락하며 중기추세선인 60일선(3227) 밑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논란 속에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재봉쇄 우려가 부각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압력도 동시에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증시에 미칠 충격은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신규 확진자는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는 데다 경제 재봉쇄에 들어간 국가도 없기 때문이다. 증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보다 경제 봉쇄 강도와 더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국 싱가포르 등은 여전히 경제활동 재개를 강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GDP 증가율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던 시점에 4단계로 들어서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긴 했지만 현재 조성된 불안감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리오프닝 업종 가운데서도 의류·화장품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항공·레저 부문엔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가 많고 정상화가 늦어지면 대규모 적자로 인한 증자 등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도 있어 장기 투자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류와 화장품 부문은 소비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데다 수출회사들은 영업이익 레버리지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실적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선 올해와 내년 실적이 모두 탄탄한 종목이 변이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는 상황에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개 이상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의류·화장품 업종 중 올해 영업이익과 내년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기업은 6개다. 클리오와 화승엔터프라이즈,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아모레G, 제로투세븐, 호전실업 등이다.
클리오의 올해 영업이익은 145.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51.4% 증가할 전망이다. 색조 화장품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데다 중국 매출도 분기별로 증가하고 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국 매출(107억원)이 역대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시장에서 마스카라, 쿠션 등이 특히 인기를 끌면서 해외 사업의 확장성이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올해 영업이익(822억원)도 전년 대비 31.5%, 내년 영업이익(1212억원)은 47.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 연구원은 “주요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2분기 재고 자산이 평년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3분기부터 재고 비축 기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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