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난 심화에…도로 위 아파트 짓는다

입력 2021-07-21 17:18   수정 2021-07-29 16:40


서울 북부간선도로를 덮고 그 위에 조성한 인공대지에 99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짓는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내년 8월께 시공사를 선정해 국내 최초로 도로 위 주택 건립에 나선다. 서울시는 2019년 12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로 위, 차고지, 빗물펌프장 등을 개발하는 ‘컴팩트시티’ 사업을 발표했다.
○국내 최초의 도로 위 공공주택
21일 서울시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중랑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북부간선도로 입체화 사업인 신내4 공공주택지구(조감도) 지정을 위한 지구계획 승인이 났다. 지난 2월 지구계획 승인 신청을 낸 지 4개월여 만이다. 현재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심의가 진행 중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 신내동 122의 3 일원 7만5339㎡ 부지가 신내4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신내IC부터 중랑IC 구간 500m 도로를 덮어 2만5000㎡ 규모의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인근 3만3000㎡ 규모 창고부지와 1만7000㎡ 완충녹지까지 합쳤다.

해당 부지에서 청년 등 1인 가구를 겨냥한 전용면적 20㎡ 693가구와 신혼부부 등 2인 가구를 위한 전용면적 42㎡ 및 53㎡ 297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로 짓고 광장, 공원 등 녹지공간과 주차장도 마련한다. 시행자인 서울시를 대행해 SH공사가 사업을 추진한다.

다만 도로 위에 짓는 만큼 사업비가 적지 않게 투입된다. 용지 보상에 680억원, 조성 공사에 1875억원이 들어간다. 서울시 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북부간선도로로 인해 단절된 공간을 통합하는 사업으로 주변 환경,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주택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르면 8~9월 승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주택으로만 공급
북부간선도로 위에 건립되는 주택은 일반분양하지 않는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 대상의 공공임대 주택으로 공급한다. 도로 위에 조성되는 인공부지는 국공유지로 인정돼 사유지로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행복주택 공급 용지로 승인을 받아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만 지을 수 있다”며 “인근에 대학이 밀집해 있어 대학생 등 청년층의 임대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공급 물량의 70% 이상을 전용 20㎡ ‘원룸형’으로 구성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역세권청년주택 사업을 통해 1~2인 가구용 초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좁아서 살기 불편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용적률 700% 이상을 받는 역세권청년주택과는 달리 신내4지구는 용적률 220% 이하여서 주택형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급 가구수가 줄더라도 질 높은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그래야지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랜드마크 단지로 관심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신내4지구와 함께 빗물펌프장(연희, 증산), 공영차고지(강일, 장지) 등 네 곳에서 컴팩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일차고지와 장지차고지에서는 각각 945가구, 758가구의 공공주택을 건립한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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